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철학과 교수)이 논술 교재를 발간한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EBS에서 논술 강의를 주도하는 등 사교육 시장에서 논술을 주도했다"며 도덕성 논란을 제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 1999년 12월, 서울대 학내 벤처기업 (주)오란디프(or And if)를 설립했다. 당시 서울대 인문과학전공 교수 53명이 주주 및 이사진으로 참여해서 자본금 7천만원으로 설립한 이 벤처회사에 김 본부장은 대표이사로 등재했다.
김 본부장이 99년 ‘오란디프’를 처음 설립할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개발’, ‘데이터베이스업’ 등 소위 벤처제품 등을 주력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 오란디프는 사업영역을 확장해 출판업까지 진출했다. 그후 만든 책이 김 본부장이 직접 저술한 <수시ㆍ정시 완벽대비 오란디프 논술>.
김 본부장은 논술 교재가 발간되기 전인 지난 2002년, 오란디프 대표이사직을 물러났다. 하지만 28.3%에 이르는 이 회사 지분은 그가 올 8월 서울대 입시관리본부장으로 취임하기 두 달 전인 지난 6월 말까지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다.
과거 논술교재 발간으로 논란을 빚고있는 김영정 서울대 입시관리본부장. ⓒ김동현 기자
김 본부장은 지난 해 5월 EBS 논술연구소 소장에 취임하며 <사고와 논술>이라는 8권짜리 논술 교재를 펴내는 데 해당 교재의 기획과 감수를 맡는 등 논술 교재 발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정 의원이 문제삼는 것은 EBS의 해당 논술교재가 2년전 김 본부장의 <오란디프 논술> 교재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 정 의원은 " EBS <사고와 논술> 교재는 ‘비판적 사고의 9요소’, ‘비판적 사고의 9기준’ 등 <오란디프 논술> 교재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EBS 논술교재는 발매 7개월만에 6만9천부가 팔려나갔고, 교사용 지도서로도 4만9천부 가량이 전국 일선 고교에 무료로 배포됐다. 김 본부장은 권당 인세로 1%를 받았다.
정 의원은 이런 김 본부장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으며 즉각적인 서울대입시관리본부장 사임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만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면 100% 부적격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며 “김 본부장은 임명되자마자 논술 사교육 시장에 부응이라도 하듯 논술 반영 비율을 10%에서 30%로 대폭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이 날 국감 이후 본지와 국회에서 만난 김 본부장은 “EBS 교재를 사교육 시장 교재로 보면 할 말 없다”며 정 의원 주장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또 “2003년 내가 논술 교재를 발간했을 때는 서울대가 논술을 입시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던 때”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그럼 EBS가 학교 교재냐"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본지와 만난자리에서 "언제나 그렇듯 애매모호한 EBS 교재의 성격을 들어 어떨 땐 공교재라고 치켜 세우고 어떨땐 사교재라고 깎아내리지 않냐"며 "중요한 것은 김 본부장이 EBS 교재를 통한 취득한 이득"이라며 김 본부장을 거듭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