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피폭자 "MB, 서울 한복판에 원전 지을 자신 있나"
"전력 확보를 이유로 원전 확대? 누가 납득하겠나"
일본 원자폭탄 피해 2세대인 시바타 도시아키(柴田利明ㆍ60) '나가사키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 사무국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초기 대응을 두고 "혼란을 막으려 거짓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여년간 일본에서 원폭 피해 실태 조사와 자료 수집 활동을 해온 시바타 국장은 지난 16일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조선인이 본 피해를 추산하는 데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바타 국장은 일본 정부가 적용하는 피폭 기준의 신뢰성 자체를 부정했다.
그는 "히로시마ㆍ나가사키 원폭 피해 규정 기준이 폭격 시점부터 2주까지 폭심지 주변 2㎞ 내에 있었던 이들을 대상으로 했고 이후 방사선 피해를 규정할 때도 이를 참고로 삼는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바타 국장은 "당시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검은 비'가 광범위한 지역에 내린 점만 봐도 피해가 매우 넓은 지역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며 "2주ㆍ2㎞ 기준은 피해 범위를 좁혀 보상비를 아끼려는 의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사능은 극소량만 노출돼도 안전하지 않다"며 "암환자와 같은 극단적 경우 방사선 치료라도 받으면 생존 확률이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후쿠시마 사태는 수많은 일반 시민의 생존 확률이 떨어지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정부도 처음에는 은폐로 일관하다 방사성 물질 유출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자 결국 하마오카 원전까지 가동을 중단하는 등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늦게라도 위험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시바타 국장은 한국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관해서도 들은 바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력 확보를 이유로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후쿠시마 주민에게 그런 말을 하면 누가 납득하겠나"라며 "그렇게 원전을 짓고 싶다면 과연 서울 한복판에 지을 자신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시바타 국장은 1945년 나가사키에서 피폭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누나 3명은 사산(死産)되거나 태어난 직후 숨졌다. 여동생 한 명도 성인이 되고 나서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본인 역시 태어날 때부터 심장을 비롯한 내장이 정상인과 반대로 배치돼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나 수술을 거친 그의 심장은 4분의 1 가량이 인공물이라고 한다.
대학 입학 후 원폭 피해자로서 정체성을 깨달은 그는 원폭 피해의 실상을 알리고자 '나가사키 평화박물관' 설립에 동참했고 조선인 피폭자 현황 조사에 나서는 등 관련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그는 "일본에 강제동원됐다 피폭당한 조선인이야말로 가장 비참한 이들"이라는 시바타 국장은 "피폭 당사자들은 핵의 두려움을 몸으로 느끼는 이들인 만큼 원전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