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4대강공사로 '1급 멸종위기동물' 집단폐사
4대강공사로 강 수위 낮아지면서 집단폐사, 국제적 파문 예고
26일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 일대에서 귀이빨대칭이가 발견되면서 환경단체 관계자와 생태학 전문가들이 25일 현장을 둘러본 결과 합천보 상류와 율지교 하류 사이의 낙동강변에서 집단폐사가 확인됐다.
몇 발 내딛기도 전에 어른 손바닥만한 귀이빨대칭이가 눈에 띄었다. 말라비틀어진 빈 껍데기였다. 조금 지나자 바위와 자갈 틈에 붙은 유생에서부터 20㎝가 넘는 귀이빨대칭이가 무더기로 널려 있었다. 죽어가는 귀이빨대칭이의 껍데기를 벗기자 썩는 냄새가 지독했다.
장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1㎡당 약 100마리 패각들이 발견됐고 200여 m의 하안 절벽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때 1만 개체에 가까운 귀이빨대칭이가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식지가 집단무덤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본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생태학 박사)은 "준설로 강물이 빠지면서 서식처가 드러나 말라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준설 과정에서 화학물질 유입 등 수질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폐사 원인은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류 회장은 강을 가리키며 "탁도를 봐라. 조개가 산다는 게 난센스"라고 했다. 흙탕물인 강을 따라 상·하류에서는 포클레인으로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귀이빨대칭이의 서식지는 준설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바위와 뻘층이 드러나면서 발견됐다. 덕곡면침수피해대책위 사무국장인 전정휘(48) 씨는 "불과 3~4개월 만에 강 수위가 4~6m 낮아졌다"고 했다.
귀이빨대칭이는 주로 낙동강 하류 진흙이 많고 수심이 깊은 곳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포지와 숫자가 한정돼 있어 1급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류 회장은 "멸종위기 1급종이 대량 폐사한 것은 유례없는 사건이고 세계적으로 망신거리"라며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어 원래 서식지를 되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안정훈 환경평가과 팀장은 "시공사와 사업자에게 보존 대책 마련 전까지 공사 중단을 요청했으며, 전문가를 포함한 합동정밀조사로 이번 주까지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낙동강 사업 전 구간에서 귀이빨대칭이의 서식지가 파악돼 지난 2월부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4대강사업저지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와 부산·대구 환경단체는 26일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 강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낙동강유역청은 형식적인 보호 행정을 인정하고 정밀조사를 시공사에 맡길 게 아니라 민관 합동조사단 구성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합천보 공사 현장 입구에 세워놓은 환경호보 안내판에는 이 일대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종인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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