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안전시설에 심각한 하자"
안전시설은 규격 안맞고 방사능물질 유출 위험성도 커
20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부 원전 안전점검단에 참여한 복수의 전문가들은 19일 "고리 원전에 설치된 수소제어기와 비상발전기 등 안전시설이 규격에 맞지 않거나 잘못된 곳에 설치돼 있었다"면서 "강력한 지진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불러온 것과 같은 쓰나미, 기타 돌발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점검단이 지적하는 대표적 부실 사례는 원자로 내부의 수소를 공기와 반응시켜 물로 바꾸는 '피동형 수소촉매 재결합기(PAR)'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냉각수 부족으로 핵연료봉에서 수소가 발생해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한 점검단 전문가는 "PAR은 2013~2014년 가동예정인 신고리 3·4호기에 장착하려고 들여온 것"이라며 "고리1호기는 신고리 3·4호기와 구조나 크기가 전혀 다르다"면서 "서로 호환할 수 있는지 실험도 않고 그대로 장착해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원전에는 다른 형태의 수소 제어장치들이 있으나 수소 제거효율이 PAR에는 크게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발전기의 위치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리 원전에는 지진·쓰나미가 닥쳐 전기가 끊길 경우에 대비해 두 대의 비상발전기를 두고 있다. 점검단의 다른 전문가는 "일본 원전 사고도 비상발전기가 물에 잠겨 시작됐는데 고리 1호기의 비상발전기는 모두 1층에 있어 물에 무방비 상태였다"며 "침수에 대비해 한 대는 2층에 둬야 하는데 왜 모두 1층에 있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대형재해 시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리 1호기는 원자로 내부에서 뜨거워진 냉각수를 증기발생기에 있는 튜브로 지나가게 한다. 이때 튜브 위의 물이 끓어 증기로 바뀌고 전기를 만드는 터빈을 돌린다. 원전 사고분야 한 전문가는 "튜브는 열을 잘 전달하도록 두께를 2㎜로 얇게 했는데 일본처럼 대형 지진이 나면 쉽게 깨져 방사성 물질이 든 냉각수가 밖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조선일보> 보도와 별도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경태(부산 사하을) 민주당 의원도 19일 고리 1호기에 규격 미달의 용접봉이 사용됐다며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했다.
조경태 의원은 "정부는 197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구리가 포함된 용접봉이 원자로 용기에 사용될 경우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음을 알고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 용접제가 사용된 고리 1호기 가동을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고리 1호기는 미국산으로 1969년 설계되어 1978년 가동에 들어갔는데 하자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용기를 사용한 원자로를 가동한 것은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구리가 포함된 용접봉을 사용하게 되면 원자로 용기에 균열이 발생하기 쉬워 강진 발생 시 용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현재 국내 21개 원전 가운데 고리 1호기만 이 용접봉이 사용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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