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유서 발견. '직장내 괴롭힘' 파문
고 오요안나, 원고지 17장 유서 남겨. 노조, 진상규명 촉구
27일 <매일신문>에 따르면 오 씨는 작년 9월15일 오전 1시5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 총 2천750자의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고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풀리면서 발견됐다.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서에 따르면, 아이돌 연습생 출신으로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 씨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 먼저 입사한 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 씨에게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또 다른 선입사 동료는 오 씨가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
오 씨 계정의 카카오톡 대화에선 한 기상캐스터가 같은 프리랜서인데도 오 씨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퇴근시간이 지난 뒤 회사로 호출하거나 1시간~1시간30분 이상 퇴근을 막은 정황이 나왔다. 오 씨가 2022년 10월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자 한 기상캐스터는 오 씨에게 "너 뭐 하는 거야?"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 할 수 있어?"라고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실력' 등을 이유로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오랜 시간 오 씨를 비난해 온 메시지와 음성이 다량 발견됐다.
오 씨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오 씨가 사망한 뒤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어 MBC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 MBC 관계자는 "조사할 이유가 있어야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A씨는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연락에도 답하지 않았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B씨는 "우리 모두 힘든데 이렇게 전화를 하시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조금 그렇다"며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MBC에 연락하라"고 했다고 <매일신문>은 전했다.
MBC 기상캐스터는 총 5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은 오 씨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보도를 접한 MBC노조(제3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충격적인 기상팀 프리랜서 사이의 위계질서와 직장내괴롭힘에 경악한다"며 "해당 기상캐스터가 메인뉴스와 아침뉴스의 날씨를 담당하는 선배 기상캐스터로의 직장내 권위를 이용해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고 프리랜서를 부하직원처럼 교육하고 지휘감독하였으며 실질적인 고용계약 상황에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언행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의 전면 실태조사와 함께 직장내 괴롭힘의 가해자에 대한 문제점과 고용관계를 도급계약으로 유지해온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없는지 노동청의 실사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회사의 대응을 면밀히 주시할 예정"이라며 사측에 적극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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