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총장선거에 원세훈 국정원장 개입"
<조선일보> 연일 원세훈 정조준. 김윤옥 이대 방문 파동과 연관?
특히 <조선일보>는 원세훈 원장의 극비방미설, 인도네시아 특사단 잠입 파동 등 최근 들어 원 원장을 정조준한 폭로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18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화여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작년 총장 선거 당시 국정원 고위 인사들이 법인 이사들을 만나는 등 (총장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곳곳에서 나타났다”면서 “대학 선거에 국정원 등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조직적으로 관여하려 한 점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화여대 관계자도 “당시에 국정원이 총장 선거에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에 치러진 이화여대 총장 선거에는 김선욱 로스쿨 교수(현 총장) 외에도 A 교수 등 모두 4명이 출마했다. 양강 구도 속에서 치러진 당시 투표에서는 김 교수가 A 교수보다 1표 많이 득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화여대 총장 선거는 김선욱 후보와 A 후보의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치달았고 후보 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특히 두 후보의 경쟁은 노무현 전 정권과 이명박 현 정권의 대결 양상을 띠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김선욱 교수는 노무현 정권에서 법제처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장을 지냈고, A 교수는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다. 이런 대결 구도를 두고 당시 이화여대 주변에선 “좌파 세력과 현 정권의 대결 구도”라는 관전평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 고위 인사들이 이화여대 법인 이사들을 만난 시점은 총장 선거를 3개월여 앞둔 2010년 2월경이었다. 국정원이 처음 접촉을 시도한 사람은 윤후정 당시 법인 이사장(지난 2월 말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하다 현 장명수 이사장으로 바뀜)이었다.
윤 전 이사장은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A 교수가 나를 찾아와 ‘원세훈 국정원장을 한번 만나 보시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내가 거절했다”며 “우리 대학과 관련된 이슈도 없는데 내가 정보기관 수장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국정원은 다시 윤 전 이사장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직원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으나 윤 전 이사장이 다시 거절하자 며칠 뒤에는 박성도 당시 국정원 2차장이 다시 윤 전 이사장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윤 전 이사장의 말이다.
“작년 2월에 국정원장이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거절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국정원 2차장이라는 분이 비서실을 통해 만나고 싶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우리 직원들이 ‘더 이상 피하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한번 만나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만났다.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니 무척 점잖은 분이셨다. 이날 서로 예민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그냥 알맹이 없는 얘기만 했다. 총장 선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국정원은 왜 이화여대 총장 선거에 이처럼 높은 관심을 보였을까. 이와 관련, 이대 일각에서는 2008년 있었던 ‘학내 소동’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이화여대 출신인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보건교육과 66학번)가 2008년 5월 31일 ‘대학 창립 122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받았는데, 당시 현장에서 몇십 명 학생들의 반발과 항의를 받고 오찬 행사를 앞당겨 마무리한 뒤 돌아간 적이 있다.
이 행사 1주일 뒤 일부 재학생과 졸업생은 “김윤옥 동문의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수상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한겨레신문 1면에 실었다.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행사를 주관했던 이배용 당시 총장은 이 사건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고 “학생들의 반발 뒤에 배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대학 내 일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촉발된 반정부 폭력시위가 한창이던 시점이었다.
국정원 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총장 선거에 관심을 보였다는 증언도 있다. 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재단이사들을 접촉한 국정원과 달리 총장 후보를 압축하는 투표권을 가진 총추위 위원 1명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지난 11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좌파 세력이 음해를 하는 것”이라며 “나는 대학 총장 선거와 관련해서 국정원장과 만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최근 몇 년간 만난 적이 없다. 1년 가까이 지난 사안이고 아쉽게 패배한 사람 입장에서 당시 일을 거론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현 정권 초기 청와대와 내각의 몇몇 고위 인사들이 참여하는 비공식적 모임에도 동참했다. 이 모임의 알려진 참석자는 원세훈 당시 행안부 장관, 안병만 당시 교과부 장관, 이종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A 교수 등이 있다.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A 교수가 총장 선거에 나선다기에 잘 해보라고 격려했으나, 특별히 도와준 것은 없었다”며 “당시에 그런 모임이 있긴 있었지만 특별히 ‘모임’이라 하기도 그렇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원장 등 고위 인사가 총장 선거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4월 12일부터 국정원 공보팀장 등 복수의 국정원 관계자를 통해 수차례 원세훈 원장의 해명을 요구했으나 4월 15일 기사 마감 시간까지 “비서실로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조선일보>는 덧붙였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