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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아직도 NL-PD 논쟁?” vs 정대연 “기본방향은 있어야”

[토론회] 한국사회포럼 1일차 - '사회운동의 위기'

“아직도 NL, PD 논쟁이나 하고 앉아있나? 가장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것이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자신들이 봤던 것으로 동어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대중적 운동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을 무기로 운동의 기본방향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현장에서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모독과도 같다.”(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 정대연)

독설가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다시한번 날 선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것도 한국의 내노라하는 진보세력이 다 모인 자리에서.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한국사회포럼 2006 - 논쟁이 돌아온다>가 23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막을 올렸다. 한국사회포럼은 한국의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을 이끌어가는 각 단체가 총망라돼 한국 사회의 진보운동을 논하는 자리로, 오는 25일까지 마라톤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포럼의 개막식을 겸한 '한국의 사회운동은 위기인가?'라는 특별토론회에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토론자로 초대받았다.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왼쪽)과 진중권 시사평론가 ⓒ뷰스앤뉴스


진중권 “NL은 1920년대 농경사회, PD는 1960년대 산업사회정서”

진씨는 이 자리에서 “진보운동의 위기에는 층위가 있지만 여기서는 재생산의 위기에 대해서만 말하겠다”면서 “사회적 소통의 주요한 수단이 문제에서 영상으로 옮겨지면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선형적인 시간관이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텔로스(TELOS,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4 원인 가운데 운동의 목적이 되는 것으로 흔히 ‘목적인’이라고 불림), 즉 역사의 최종목표가 사라지면서 운동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과거의 운동에 수반됐던 준종교적 열정도 약화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텔로스는 더 이상 안먹힌다. 운동자체의 방향성이 상실되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현재가 중심이 되어 과거를 제멋대로 해석한다. 역사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지만 요즘 세대는 과거라는 환타지의 소재에 불과하다. 이순신, 왕의남자 등도 다 하나의 환타지의 소재로 받아들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과거세대가 활자인쇄문자에 기대있는 세대라면 요즘 세대는 그림과 동영상을 바탕으로한 상형문자세대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대간 소통구조의 단절이 현재의 사회운동이 위기를 맞고있는 한 원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세대가 변하고 사회자체가 그렇게 변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면서 사회운동의 운동방식, 패러다임 자체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소통의 부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사회운동방식만 고집하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덧붙였다. 진씨는 “가장 소모적이고 쓸때 없는 것, 현실을 보지못하고 봤던 것으로 동어반복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NL(민족자주)은 1920~30년대 농경사회 정서 수준이고 PD(민중평등)는 1960~70년대 산업사회 정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결론적으로 진씨는 “프롤레타리아가 역사의 주역이었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들쯤 되면 비웃을 것이다. 우리가 6.25 얘기를 듣고 자랄 때 답답하게 느낀 것처럼 요즘 대학생들도 NL이니 PD 얘기하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들은 상형문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1920년대의 활자문자로, 운동문자로 자꾸만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진보를 수구라고 하는 욕이 나오는 것은 부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대연, “진중권 주장은 자유주의로 포장된 진보”

진씨의 주장에 대해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NL이라는 개념을 농경시대의 개념이라 했는데 여전히 제국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무기로 민족을 파탄내는 현실에서 이에 대응하려는 것을 어떻게 낡은 개념이라고 비판하나. 동의할수 없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정 위원장은 “(진씨와 같은) 그런 비판은 신자유주의와 다르지 않는 자유주의로 포장된 진보라고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씨가 말하는 좀 더 대중으로 다가가는 사회운동의 전술적 변화는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략은 많은데 구체적인 현실 유연성, 전술이 떨어져 낡은 진보운동이라고 욕먹는 거라 생각한다”며 “민노당도 급진적이라고 욕먹는 이유는 전술적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사회포럼 2006은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뷰스앤뉴스


진중권-정대연, 감정적 설전도

그러나 이들의 설전은 장외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토론 중간, 일정 관계로 토론장을 빠져나온 진중권씨는 <뷰스앤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아직도 NL, PD 이런 소리나 하고 있냐”면서 “바쁜 사람 불러서 이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론장에서의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정대연 위원장도 발제가 끝난 후 <뷰스앤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운동의 방향을 좀 더 대중적으로 변화시켜야한다는 진중권씨의 말에는 동감하나 운동의 기본방향은 있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나아가 정 위원장은 “운동의 전술이 풍부해야 한다는 지적은 맞지만 그것을 무기로 운동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모독과도 같다”고 진씨의 주장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정 위원장은 “생존의 위협에 처해있는 8백50만 비정규직과 3백50만 농민들을 생각해보라”면서 “자신은(진중권) 평론가에 불과하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운동의 기본방향이 얼마나 절실한 지 모른다”고 말했다.

안병욱 카톨릭대 역사학 교수 ⓒ 뷰스앤뉴스


“왜 단칼에 결론내려하나.압축성장의 조급함 벗어나야"

한편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던 안병욱 카톨릭대 교수는 “너무 조급하다”는 전체적인 관전평을 내놓았다.

안 교수는 <뷰스앤뉴스>와 만난자리에서 “서구에서 1백년 걸려 이뤄낼 일을 우리는 지난 20~30년 동안 압축적으로 이뤄왔다”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는 강박관념이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배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이번 토론회에서 무엇인가 결론을 딱 낼 수 있다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이런 토론장을 마련할 필요도 없었다”면서 “이렇게 소통하고 고민할 수 있는 그 자체가 하나의 희망”이라고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평가했다.

안교수는 “당장 무슨 결론을 얻자고 모이는 자리가 아니다. 지난 압축성장의 결과 얻어진 조급함에 대한 강박관념이 진보진영 내부에도 내재해 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쟁하고 즐기자”고 칼날 선 토론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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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중

    정대연 승!~
    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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