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화제 "<한경> 세졌네. 연일 MB 깨다니"
<한국경제>, 새해벽두부터 작심하고 'MB 융단폭격' 공세
경제신문을 빼놓지 않고 보는 재계인사들이 최근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한국경제신문>의 '변화'가 새해벽두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MB, 자신 있을 때만 기자 질문 받아"
실제로 연초부터 발행된 <한경>을 보면 곳곳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대립각이 읽힌다.
한 예로 이 대통령이 신년연설을 한 다음날인 4일자 <한경>은 <'컴백' 이동관·박형준 첫 작품, 새로운 내용·비전 제시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힐난했다.
<한경>은 특히 이 대통령이 이번에도 3년째 신년연설후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은 대목을 아프게 꼬집었다.
"지난해 초엔 세종시 수정안 처리 논란이 들끓었고,2008년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여야 간 논쟁이 한창이어서 질문을 피해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2008년 5월 쇠고기 사태 관련 대국민 담화 때나 지난해 5월 천안함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때도 연설로만 마무리했다.
반면 자신 있는 사안일 땐 질의 응답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11월3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내외신 기자회견을 할 땐 질문을 받았다. 2009년 9월 G20 정상회의의 한국 유치가 확정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MB물가가 물가폭등 주도...MB지지율 50%? 못 믿겠다"
5일자 <한경>은 더 아프게 MB를 꼬집었다.
물가 폭등을 다룬 <동시다발 가격인상...대책없는 'MB물가'>라는 제목의 1면 기사를 통해서는 새해벽두부터 폭등하는 물가를 다루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뛰는 물가를 잡겠다'며 제시한 MB물가 52개 품목이 최근 물가 급등을 오히려 주도하고 있다"며 "문제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MB물가' 품목들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내놓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경>은 이날 <MB 지지율 50% 넘는다지만...>이란 별도의 기사를 통해선 연일 고공행진중인 MB 지지율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사는 "50%를 넘어선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면서 정치권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바닥 민심은 그게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높은 수치가 나올까' 궁금해 하는 모습"이라며 "현장 민심과의 괴리가 큰 것 또한 사실이고 여기엔 현행 여론조사 방식의 맹점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여론조사의 맹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기사는 집전화만 조사대상으로 하고 응답률도 10%대에 불과한 문제점 등을 지적한 뒤 한국갤럽 관계자도 "결국 보수적 성향을 가진 유선 집전화 사용자들의 일부만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기 때문에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전국 16개 시 · 도에서 인구 수 비례대로 성비,연령비를 제대로 맞추려면 3000만원가량은 족히 들지만 조사 의뢰는 보통 300만~500만원 선,많아야 1000만원 선이기 때문에 100% 비율을 맞추기 어렵다"며 "50%만 간신히 채워서 가중치를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레임덕 이미 시작...말 뿐인 MB의 '작은 정부'"
6일자 <한경>도 MB를 정조준하기란 마찬가지다.
<한경>은 <여당서 먼저 불거진 `대통령 레임덕`>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연초부터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에 대해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 대통령 본인은 수차례 '내 임기 중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당에서는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레임덕을 받아 들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미 한나라당내에서 레임덕이 빠르게 진행중임을 강조했다.
<한경>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레임덕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한 수도권 소장파 의원은 "지난해 말 예산안 단독처리 이후 이 대통령에 대한 실낱같던 국민들의 기대마저 사라져버린 느낌"이라며 "레임덕은 거기서 시작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일년 전만 해도 15~20명 정도 됐던 순수 중립계 의원들이 한두 명을 빼면 모두 친박으로 돌아선 느낌이고 친이계에서도 월박(越朴)을 타진하는 인사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하기도 했다.
<한경>은 또 이날 1면에서는 <말 뿐인 MB의 `작은 정부`-청와대 1급 21%나 늘려 `盧보다 큰 정부` … 경쟁력 곤두박질>이란 톱기사를 통해 MB를 융단폭격했다.
기사는 우선 청와대를 정조준, "청와대만 따져도 이명박 정부 들어 비서관(1급) 이상 공무원 수가 취임 초 52명에서 지금 63명으로 21.2% 늘었다. 수석과 비서관급 사이의 기획관도 네 자리가 생겼다. 정책실장이 신설됐고 특보도 다섯 자리 늘었다"고 질타했다.
기사는 또 "현 정부 출범 초기 약속한 민간 이양 실적은 미미하다. 정부는 당초 효율성이 떨어지는 업무는 민간으로 과감하게 넘겨 정부 몸집을 줄이고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민간 이양 실적은 고작 5건에 불과하다. 그중 1건은 아직 시행조차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기사는 더 나아가 "정부 조직이 비대화되는 것과 달리 효율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작은 정부를 내건 현 정부 들어 정부 효율성 지표는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며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139개국 대상)에서 '정부 규제 수준'은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24위로 비교적 양호했으나 2009년 98위,지난해 108위로 추락했다. '정책결정의 투명성'도 2008년 44위에서 2009년 100위,지난해 111위로 급락했다"고 꾸짖었다.
재계 "이렇게 레임덕은 시작되는가"
<한경>은 <매경>과 함께 재계에서 가장 많이 읽는 경제지다. 때문에 올 들어 몰라보게 달라진 <한경>의 MB 비판에 재계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일각에서는 확 달라진 <한경>의 보도 원인을 <한경>의 종편 탈락에서 찾기도 한다. <매경>에게까지 종편을 주면서 <한경>을 뺀 데 대한 불만 폭발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매경>은 합격선 800점에 간신히 턱걸이한 성적으로 종편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지금 재계에선 <한경>의 변화가 화제다. 재계의 한 인사는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이렇게 레임덕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MB 4년차 새해벽두의 한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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