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은 히로시마를 일순간 죽음의 도시로 바꿔버렸다. 70만명이 피폭당하고 히로시마에서만 약 14만명이, 나카사키에서도 그해 12월까지 약 7만명이 사망했다. 그 중에는 강제징용으로 일본 땅으로 끌려온 3만명이 넘는 한국인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고통의 기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로부터 6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폭자 2세를 포함한 약 27만명이 육체적ㆍ정신적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있다.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하나의 ‘괴물’이었다.

한.일 양국 원폭피해자들과 원폭반대 시민사회단체들은 19일 서울 중구 예지문화원에서 ‘2006 한일공동원폭전시회’를 갖고 당시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그러나 비단 고통스러운 기억의 잔상만을 더듬는 것이 아닌 한일양국 시민들의 연대와 항구적 평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한일공동전시회에는 한국에서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한국원폭2세환우회, 원폭피해자 및 원폭2세 환우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일본에서 일본피폭자단체협의회,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 등 한일 양국 원폭 피해자 단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당시의 피폭 상황, 피해자들의 그림으로 생생하게 전달

전시장을 들어서며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어었다. 특히 피폭자들은 자신이 직접 그 날의 기억을 되살려 그림을 그렸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점(폭심지)으로부터 약 2.3km 떨어진 곳에서 중학생들이 이리저리 나뒹굴며 피폭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한 그림에는 다음과 같은 도움말이 씌어있었다. 8월 6일 오전 9시 30분. 1945년 8월 6일 미국의 원폭 투하 직후의 생생한 기억이 그림 속에 고통의 잔상으로 덜러붙어있었다.

또 다른 그림에는 강 위로 떠오른 무수한 사체들이 표현돼 있다. 그림 옆으로는 폭심지 약 3km, 역시 8월 9일 이라는 선명한 기억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같은 당시 고통의 기억들이 그림으로 전시장 곳곳에 걸려있다.

핵무기 반대, 원폭 피해 진상규명 촉구

이번 행사를 공동주관하고 있는 일본 원수폭금지협의회는 “세계에는 지금도 여전히 2만7천발의 핵무기가 축적, 배치되어 핵 초 대국은 선제적인 군사공격과 함께 핵무기 사용의 선택지를 국가전략으로서 공연히 선언하고 있다”며 핵무기 위협론을 우려했다.

원수폭금지협의회는 “과거 침략의 반성에서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바람을 우선해서 지지해야 할 일본도 실제로는 ‘핵우산’이라 불리는 미국정부의 핵전략을 옹호하고 핵무기 폐기 노력을 방기하고 있다”며 자국 정부를 비난했다.

한국측 공동주관 단체인 ‘원폭피해자 및 원폭 2세 환우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회에 특별법안이 지난 해 제출되었지만 아직 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공동전시회를 계기로 한국인 원폭피해자 운동의 작은 결실인 특별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공동원폭전시회는 오는 21일까지 열리며 행사기간 동안 ‘조속한 핵무기 폐기를 위한 서명운동’과 ‘원폭피해자 진상규명과 지원대책을 위한 특별법 국회 통과 범국민서명운동’도 함께 실시된다.

문의 : 원폭피해자 및 원폭 2세 환우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02) 711 - 08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