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가 천안함 격침? 차라리 UFO가 격침시켰다 해라"
민주 김효석 의원실, 거듭 '천안함 좌초설' 제기하고 나서
김효석 의원실의 이희두 보좌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주장한 뒤, "반면에 ‘천안함이 좌초-침수-절단-침몰됐을 확률’은 6% 남짓으로서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며 거듭 좌초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 보좌관은 "이 글은 김효석 의원의 의견이 아니다. 제 개인의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나는 개인적으로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그런 이념 같은 것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천안함 사건은 그때보다 몇십배 더 잘못돼 가고 있다"며 장장 21쪽에 달하는 장문의 리포트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는 ▲천안함 스크류 날이 안쪽으로 크게 휘어져 있는 모습 ▲함미 배 밑에 물이 새는 구멍 ▲사고 직후 해군의 작전지도에는 암초 부근에 ‘최초 좌초’로 표기돼 있는 사진 등을 좌초설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증거에 기초한 좌초설은 민군합조단측이 강력 부인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군당국과의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은 이 보좌관의 리포트를 주요 쟁점별 요약문.
천안함의 진실: 어뢰설과 암초설의 타당성 비교
먼저 정황 및 증언에 근거해서 판단하자면,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다’ ‘승조원 중에 물에 젖은 사람이 없다’ ‘화약 냄새가 나지 않았다’ ‘해상에 죽은 물고기 떼나 해저에 파인 구덩이 같은 폭발흔적이 없다’ ‘화상, 고막이나 장기파열 같은 환자가 없다’ ‘갑판에서 근무한 견시 두 명이 상처도 없이 멀쩡하다’는 등의 요인들은 어뢰설 강력히 부정한다. 반면에 좌초설과는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침몰 전에 승조원들이 소리를 두 번(뭔가 부딪히는 소리와 그다음으로 뭔가 폭발하는 듯한 큰 소리) 들었다’ ‘22분경 지진파가 잡혔다’ ‘사고지역에는 암초가 없다’는 해군의 주장 등은 어뢰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좌초설을 부정하지 못한다. 좌초설이라 하더라도 배가 절단될 때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지진파가 잡힐 수 있으며, 천안함이 뭔가의 이유로 수심 6m 암초지역에 갔을 수 있으며, 또 생존자들의 증언이나 주장이 전부 사실과 부합한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4가지 요인만 놓고 본다면 어뢰설과 좌초설은 비슷한 확률로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인양된 천안함 선체를 근거로 판단해 보자. 선체를 보면 좌초설은 모순되는 요인이 하나도 없지만 어뢰설은 모순투성이다. 예를 들자면 ‘선미는 수분 내에 가라앉고 선수는 3시간 정도 떠 있었다.’ ‘절단면이 너덜너덜 찢겨진 형태다’ ‘갑판 유리창이 멀쩡하다’ ‘함미 절단면 옆에 심하게 긁힌 자국이 있다’ ‘함미 옆에 철판 주름이 잡혔다’ ‘선체에 어뢰 파편을 맞은 자국이 없다’ ‘함미 밑바닥에 구멍이 여럿 뚫려서 물이 새고 있다’ ‘스크류 날이 안쪽으로 크게 휘었다’는 등의 요인들은 전부 어뢰설과 모순된다. 반면에 좌초-침수-절단- 침몰이라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무런 모순 없이 일목요연하게 설명된다.
다만 ‘갑판 위 연돌이 떨어져나가고 일부 물체도 유실됐다’ ‘배 밑바닥 가스 터빈실 근처 10m가량 철판이 떨어져나갔다‘는 등이 요인은 어뢰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좌초설과도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좌초-침수-절단되는 경우도 비슷한 확률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좌초설의 경우는 북한 등 외부변수가 따로 필요 없다.. 그러나 어뢰설의 경우는 어뢰를 발사한 주체와 동기, 기술능력 등의 요인이 추가로 필요하다. 만일 북한이 버블제트 어뢰를 발사했다면 ‘북한이 버블제트 어뢰를 보유했다’ ‘한미훈련중인데도 백령도 깊숙이까지 몰래 침투했다’ ‘수심 20~30m 지역에서 폐그물에도 걸리지 않고 운항했다’ ‘야간 급류, 탁류 속에서도 천안함 물체를 정확히 포착했다’ ‘빠르게 이동 중인 천안함에 정확히 명중시켰다’ ‘방음 어뢰추진체로 천안함 소나에도 걸리지 않았다’ '피격 후에도 몰래 북으로 귀환했다' 는 등의 수많은 가정들이 성립돼야 한다.
뿐만 아니다. 설령 북한이 이런 신출귀몰할 잠수정, 어뢰, 그리고 운용기술을 보유했으며 우리 해군은 그저 멋도 모르고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다 하더라도, 그다음에는 북한이 굳이 도발할 동기가 있어야 한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6자회담, 북미수교, 경제원조 등을 희생하더라도 연평해전 복수를 감행할 필요가 있다’ 는 가정으로부터 ‘피격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정해야 한다’는 등의 요인들이 추가로 충족돼야 한다.
합조단 발표 내용은 이렇다.
- 배 밑바닥에 긁힌 자국이 없고 배 밑에 달린 소나 장치도 멀쩡해서 좌초가 아니다.
- 절단면이 복잡해서 피로파괴도 아니다.
- 파공이나 화염 흔적이 없어서 내부폭발이나 직격어뢰도 아니다.
- 절단면 부근이 크게 파손됐고 절단부위가 위로 향해 있어서 ‘비접촉 수중폭발’ 이다.
현재 언론보도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군의 발표를 검증절차도 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아니 한술 더 떠서 UFO 같은 공상과학 속 버블제트 얘기를 멋대로 만들고 있다. 인간 어뢰에 이어서 폭발력이 물속 옆으로만 작용해서 물기둥이 솟지 않는 버블제트 어뢰까지 등장했으니 아인슈타인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이런 언론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광기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암초설 부인'에 대한 재반박
조사단 발표부터 반박하겠다. 반박할 것은 수없이 많지만 두 가지만 하겠다.
(1) 조사단에서는 함수 밑바닥이 멀쩡하고 배 밑에 툭 튀어나온 소나도 멀쩡하기 때문에 좌초(암초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배가 암초에 부딪힌다고 해서 앞쪽 밑바닥이 부딪혀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암초의 모양, 배의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배는 운항할 때 보통 앞쪽이 뒤쪽보다 약간 들리고, 또 회전할 때도 앞을 축으로 해서 회전하기 때문에, 배가 암초에 부딪힐 때는 앞쪽보다 중간이 부딪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 사진이 그 실례다. 이 사진 하나만 봐도 조사단의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을 금세 확인할 수가 있을 것이다.
보라. 배가 암초에 걸려 좌초됐는데 배 중간이 떡하니 걸렸다. 앞쪽 밑바닥은 멀쩡하다. 천안함도 마찬가지다. 암초에 걸린다고 해서 앞쪽이 걸리라는 법도 없고 앞쪽 바닥이 긁히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2) 두 번째로, 조사단은 절단면 밑쪽 부분이 안쪽으로 휘면서 크게 파손됐으며, 절단면이 복잡하고 위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근처 수중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배의 절단면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버블제트 어뢰로 두 동강이 난 배와, 암초충돌로 두동강 난 배 등 다양한 사례를 비교해서 보여드렸다. 버블제트 절단이라면 절단면이 위쪽 한 방향으로 뭉개져야 한다. 그런데 침수로 두동강 난 배는 절단면이 찢겨지는 형태가 된다. 사진으로 확인된 천안함 절단면은 뾰족뾰족 찢겨진 모습이다. 뜯겨졌다고 말해도 좋다. 이건 버블제트가 아니라 침수에 의해 절단된 모습의 전형에 가깝다. 배 옆에 생긴 스크래치나 중간에 생긴 주름도 침수-절단을 시사하는 증거들이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배가 절단된 부위가 처음 파손된 부위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이건 별개 문제다. 천안함의 경우는 배가 중간에서 절단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 절단면 부위가 파손돼서 두 동강 났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 영화를 봤을 것이다. 타이타닉 배가 어떻게 두 동강이 나서 침몰했는지 기억하시나?
이것이 타이타닉의 최초 사고 모습이다. 빙산이 다가와 배 앞쪽 하단 옆을 들이받았다.
이렇게 타이타닉은 배 앞쪽에 구멍이 생겨서 침수가 시작됐다. 배 앞쪽에 물이 차기 시작해서 무거워지니까 앞쪽부터 침몰하기 시작했다. 이게 그 시뮬레이션 장면이다.
그럼 타이타닉이 왜 두 동강이 났나? 이게 타이타닉이 두 동강 나는 장면이다.
중요한 것은 이거다. 배에 구멍이 뚫려 물이 새는 곳과, 배가 갈라져 두 동강 난 곳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타닉은 배 앞쪽에 구멍이 생겼지만 배 중간이 두 동강 났다.
배 한쪽이 침수되면 그 쪽은 가라앉으려 하고 배 중앙은 부력으로 뜨려고 하고 반대쪽의 배 반쪽은 공중으로 뜨면서 중력 때문에 가라앉으려 한다. 그래서 이 배에는 가운데를 기준으로 역 브이자(∧) 형태의 힘이 작용한다. 절단부위 위쪽은 벌어지는 힘이 작용하고 아래쪽은 가운데로 모이는 힘이 작용해서 갈라진다. 때문에 절단면은 위쪽을 향하게 되고 절단면 아래쪽 근방에는 주름이 잡힌다. 또 생철판과 구조물들이 버틸 만큼 버티다가 뜯겨나가기 때문에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여러 방향으로 뾰족뾰족 뜯겨나간다. 이때 엔진, 가스터빈 등에서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 절단면을 다시 보기 바란다. 어디에 폭발의 흔적이 있나? 타이타닉처럼 외부충돌-침수-절단-침몰처럼 보이지 않나?
그럼 이 사진들을 보라.
이 사진은 지난번에도 소개한 바 있는 아메리칸 스타라는 낡은 여객선이 암초에 부딪혀 두 동강이 난 모습이다. 왼쪽 절단면을 보라. 배 밑 부분으로 갈수록 넓게 파손된 것이 보일 것이다. 절단면이 천인함과 똑같이 역 브이자(∧) 형태로 부서졌다.
그리고 이 사진도 보라. 이것도 좌초로 두 동강 난다. 앞쪽 절단면이 C자 형으로 둥글게 파손된 것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만일 천안함이 어뢰 피격에 의해서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면, 배 뒤쪽은 5분 이내에 가라앉고 배 앞쪽은 3시간 정도 떠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함미가 그토록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는 것은 침몰 이전에 이미 침수가 상당히 진행됐었다는 뜻이다.
천안함 좌초설의 3가지 근거 사진
조사단 발표에 대한 반박은 이 정도로 하고, 천안함이 암초충돌-침수-침몰이라고 의심할 만한 증거로서 사진 몇 장을 추가로 제시하겠다. 지난번에는 15장 사진을 통해서 함미 옆쪽 하단 절단면 근처에 생긴 스크래치와 함미 반대편 옆쪽에 생긴 주름, 그리고 절단면의 뜯겨진 모습 등을 암초충돌을 시사하는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번에 추가로 제시하는 증거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안쪽으로 찌그러진 스크류
둘째는 함미에 뚫린 구멍들
셋째는 사고 직후 해군의 작전지도
(1) 스크류 날이 안쪽으로 크게 휜 이유는 뭔가?
아래 사진을 보라. 함미 인양 때 찍힌 사진이다. 먼저 왼쪽 붉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부분의 스크류 두 개 중에서 왼쪽 것이 안쪽으로 크게 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휘어진 스크류를 클로즈업한 사진이다.
이렇게 스크류 날이 안쪽으로 크게 휘었다는 것은 배가 후진을 하다가 암초 같은 물체에 부딪혔음을 시사한다. (좌초돼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후진하다가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 조사단에서는 이걸 두고 배가 침몰해서 지면과 부딪힐 때 충격으로 휘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배가 어떤 자세로 떨어져서야 이게 가능할까? 상상이 안 간다. 더구나 함미가 침몰한 지역은 진흙벌이다. 배가 갯벌에 떨어져서 스크류 날이 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조사단의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이건 암초충돌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
(2) 함미 배 밑에 물이 새는 구멍들은 뭔가?
아래 사진은 함미 인양 과정을 찍은 TV 영상에서 물이 새는 장면을 클로즈업해본 것이다. 배 밑에서 저 정도의 물이 새고 있다는 것은 배 밑에 상당히 큰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구멍은 최소 2개가 넘는다.
이런 구멍들은 언제 생긴 것일까? 버블제트 어뢰가 폭발했다면 과연 이런 식으로 구멍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상식적인 대답은 이렇다. “버블제트 어뢰로는 불가능하다!”
배를 운항해본 사람들은 함미가 인양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결같이 암초에 충돌한 배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스크류가 안쪽으로 휘어지고 배 밑에 구멍이 나고 배 옆으로는 스크래치가 나고 주름이 잡혔다면, 누구라도 좌초-침수-절단-침몰 과정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천안함은 무슨 이유에선가 육지 근처까지 갔다가 배 중간이 암초와 충돌하면서 좌초해서 함미 바닥에 구멍, 균열, 스크래치가 생기고 ▲암초에서 빠져나오려는 과정에서 스크류가 부딪혀 안쪽으로 휘고 균열이 커졌고 ▲암초에서 빠져나와 다시 운항(피항)하는 과정에서 침수속도가 빨라져 함미 쪽이 급격히 침몰하면서 배가 두 동강 났고 ▲이때 배 침수-절단 과정에서 배 옆 철판에 주름이 잡히고 선수가 90도 옆으로 넘어졌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엊그제 함수가 인양되는 모습이다. 함미 인양 때와는 달리 배 밑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함수인양 당시에 몇 개 언론에서는 함수 밑바닥에도 구멍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어제 조사단에서는 함수 밑바닥이 깨끗하기 때문에 암초에 충돌한 것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군에서는 현재 온갖 것들을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아무튼 공개된 사진만 보는 한, 천안함은 함미 쪽에만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다. 함수 쪽은 구멍이 없다. 천안함이 함미 쪽에서 먼저 침수- 침몰이 시작돼 시간이 지나 두 동강 났음을 시사한다. 조사단 주장은 자체 모순이다. 함수 밑바닥이 멀쩡하기 때문에 좌초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진에 보듯이 함미 밑바닥에 큰 구멍이 여럿 뚫렸으니까 ‘좌초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왜 함미 밑바닥 구멍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은폐하고 있는 것인가?
(3) 사고 직후 해군의 작전지도에는 암초 부근에 ‘최초좌초’로 표기돼 있었다.
군은 천안함 함미가 침몰한 지역, 그러니까 천안함이 최초 사고를 당한 지역에는 암초가 없기 때문에 암초충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이 발표한 함미 침몰 지역이 과연 천안함이 최초로 사고를 당한 지역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아래 사진은 사고 직후 해군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고 상황을 브리핑하기 위해 만든 작전지도다. 아시아경제에서 사고발생 다음날인 3월 27일에 보도했다가 그냥 묻힐 뻔한 것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시 발굴한 것이다
이 작전지도를 보면 천안함은 군의 공식발표와는 다른 지역에서 최초로 좌초된 것으로 나온다. 이 지역은 백령도 육지에 훨씬 가까운 곳(자세한 좌표는 생략)으로 평균수심이 6.4m에 불과한 해안단구다. 또 좌초된 시각에는 썰물 때로서 평균수심이 4m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좌초지점 옆에는 암초(또는 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식이 있다. 이 지도대로 라면 천안함은 백령도 단구지역에서 암초와 충돌해서 좌초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한편 함수가 침몰되면서 장병들이 구조된 곳은 오른쪽에 붉은색 원으로 표시돼 있다.)
그런데 군은 현재 사고발생지점을 이 지점보다 2km 정도 떨어진 지점(북위 37도 55분 동경 124도36분)으로 발표하고 있다(지도상으로는 검지 끝 아래쪽). 이곳은 백령도에서 1.8km 떨어진 지점으로서 수심이 20m가 넘는다고 한다. 때문에 평상조건이라면 좌초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경이 밝힌 사고지점도 군이 발표한 지점과 같다. 그러나 해경이 받은 연락은 ‘좌초로 물이 새고 있으니 구조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따라서 해경이 밝힌 사고지점이 곧바로 천안함이 최초로 사고를 당한 지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천안함은 최초 좌초지점에서 벗어나 표류(또는 운항)를 하던 상황에서 구조요청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가 천안함의 최초 사고지점일까? 천안함은 왜 그 지점으로 이동했을까?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정확한 사실은 당사자들만이 안다. 그러나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많다. TOD 영상, KNTDS, 교신기록, 천안함 승조원들의 증언 등.
그런데 군은 이런 자료들을 독점하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 입맛에 맞는 정보만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만일 이 지도에서 나타난 것처럼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나기 전에 암초에 좌초됐다면, 9시 16경에 들었다는 원인미상의 소음(폭발음이 아니라 충격음)이나 전화가 갑자기 끊겼다는 증언부터 침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된다.
천안함은 배 중간이 백령도 육지 근처 암초와 해서 좌초했고, 배를 꺼내기 위해 전후로 움직이다가 스크류가 손상됐으며, 암초에서 탈출해서 급하게 표류(또는 운항)하다가 22분경 갑자기 배가 두 동강 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함미는 이미 물이 차 있어서 먼저 침몰했고 함수는 늦게 침몰했다. 또 배가 두 동강 나는 과정에서 가스터빈실의 가스가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군에서는 현재 9시 15분경 사고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각종 증언이나 증인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상기 작전지도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해명이 없다. 정부나 군이 과연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5가지만 공개하면 '좌초설 여부' 판가름 가능해"
나는 군사전문가도 아니고 선박전문가도 아니다. 상식적인 눈에서 봤을 때 조사단의 발표가 도무지 납득이 안가기 때문에, 건전한 상식과 기초적인 과학에 의지해 조사단 발표에 대한 의혹과 나름대로의 추정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때는 군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청와대도 그렇고 전부 좌초 사고인 것처럼 보도를 했다. 해군은 사고 직후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좌초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지금은 버블제트 피격이라는 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버블제트라고 믿을 만한 증거는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증거는 하나도 없이 버블제트라는 결론만 발표해서 다른 사람들 입을 틀어막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사실은 이렇게 복잡한 얘기를 할 필요조차 없다. 군에서 몇 가지 기록만 공개하면 금세 끝난다. 군에서 몇 가지 기록만 공개하면 유언비어니 뭐니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게 뭐냐면 대강 다음 5가지다.
첫째는 TOD 영상 기록이다. 현재 군에서는 9시 4분 무렵에서 9시 24분 무렵까지의 20분간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시간만 영상 기록이 없다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 TOD는 감시구역에 물체가 나타나면 그 물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촬영한다. 또 자동으로 녹화된다. 이 시간대만 영상기록이 빠졌다면 귀신이 곡을 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군이 계속 없다고 주장한다면 당일 TOD 담당 병사들을 불러서라도 확인해야 한다. 이 시간대의 영상을 보면 사건의 개요가 간단명료하게 밝혀진다. 천안함이 9시 15분경 어느 위치에 있었고, 왜 그 장소로 이동했으며, 22분경 배가 두 동강 날 때는 어떤 상태였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교신기록이다. 군에서는 보안 때문에 교신기록을 공개 못한다고 한다. 상선통신망을 이용한 교신 하나만 공개했다. 보안에 관계되는 부분은 감추고 나머지만 보여주면 되는데, 이렇기 때문에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 또 군에서는 현재 사고 당일 9시 15분에서 22분까지는 군 통신망을 통해서 교신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줄곧 군 통신망을 이용해서 교신을 하다가 9시 15분경부터는 교신을 끊고 9시 19분경에 갑자기 군 통신망이 아닌 상선통신망을 이용했다는 소리다. 이건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군은 없다고 하지만 9시 15분부터 22분까지 7분간의 교신기록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게 추측하는 것이 상식에 맞다.
세 번째는 KNTDS 기록이다. 우리 함정들의 위치는 KNTD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또 기록으로 보관된다. 군에서도 이 기록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고 당일 날 천안함의 KNTDS 기록을 공개해서 천안함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9시 15분경과 22분경의 위치가 중요하다.
네 번째는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사고 직후 실종자들과 9시 16분경에 전화를 했다가 끊겼다는 분이 두 분 있었다. 한 분은 아버지로서 “비상상황”이라면서 전화가 끊겼다고 하고, 다른 한분은 여자 친구로서 문자통화를 하는데 상대방이 아무 말도 없이 끊겼다고 한다. 군에서는 이런 사실을 부인하는데, 이분들이 언론에 직접 나서서 증언해야 한다. 그리고 생존자들이다. 함장을 비롯해서 생존자들이 당시의 상황을 보다 상세하게 증언해야 한다. 또 백령도 어민과 초병들도 자유롭게 증언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유가족들은 한때 전사자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조사단 발표를 납득하지 못한다면서 40가지가 넘는 의혹을 정리해서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가 슬그머니 넘어갔다. 유가족들이 준비한 44가지 의혹이라는 것이 뭔지 국민들에게 전부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걸 알 권리가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인양된 선체다. 이 사건의 거의 유일한 증거물은 인양된 선체다. 그런데 그 증거물을 사고당사자인 군에서 가져가서 다른 사람들은 보지도 못하게 막고 있다. 민군합동조사단을 꾸렸다고 하지만 사실상은 관제조사단이다. 배의 절단면이나 밑바닥 등은 결코 군사기밀이 될 수 없는데도 이런 것까지 감추고 있다. 선체 내부 구조도 이미 언론에 전부 공개된 마당에 더 이상 군사기밀이 아니다. 꼭 보안을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증거 사진을 찍어놓고 미리 제거한 다음에 나머지 선체를 보여줘도 된다. 그리고 군에서 선체 모습을 멋대로 바꾸지 말아야 한다.
이상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 방면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종인씨(알파잠수기술공인 대표)라는 분이 홀로 외롭게 어뢰 피격설이 아니라 암초충돌- 침수-침몰이라는 주장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다. 그러데 이런 분들은 소신껏 말한다는 이유 때문에 합조단 명단에서 전부 배제돼 있다. 그래서 조사단은 더 신뢰가 안 간다. 한편 인터넷 등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많다. 수많은 분들이 전화나 이 메일을 보내주고 있다. 이 중에는 수십 년 배를 운항하거나 만드는 일에 종사는 분들도 있고, 정확한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해군 현직에 계신 분, 심지어는 이번 천안함 피해자와 관련된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언론인들도 많다. 이런 분들이 지켜보고 있는 한, 천안함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다. 지금은 7-80년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북한하고 가장 다른 점도 그렇다. 국민이 주인이고 자유가 있어서 정부나 군이 국민을 오래도록 속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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