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모임 "정부와 4대강 토론? 좋다. TV로 생중계하자"
국토부의 토론제안에 'TV생중계' 조건으로 수용의사 밝혀
추진본부는 지난 10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노력했지만 최근 일부 단체들이 반대 활동을 벌이면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의 진실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와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일견 토론의 장을 자청한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엿보이기도 한다"면서도 "계획 수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이제 와서 토론회를 열자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선거를 앞두고 4대강 사업 홍보 잔치를 열겠다는 말인가"라며 토론 제안 배경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교수모임은 또 "우리 교수모임은 2009년 5월 4개국 하천복원 전문가 초청 국제 심포지움을 포함하여 끊임없이 정부 관계자들을 토론의 장에 초청해 왔다"며 "그 이후 4대강 세미나는 현재까지 2-3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개최되었는데, 책임 있는 정부 인사를 초청하고자 한 교수모임의 노력은 대부분 무위로 돌아갔다"며 그동안의 정부측 토론 기피를 힐난했다.
교수모임은 결론적으로 "오늘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4대강 사업 국민 대토론회를 열 것을 정부 측에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며 "또한 TV 생중계를 포함하여 보다 많은 국민이 4대강 사업의 내용과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열린 토론회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TV생중계 토론을 역제안했다.
다음은 교수모임의 성명 전문.
‘국토해양부식’ 4대강 공개토론회 제의는 표리부동의 극치
4대강 사업은 절차와 토론을 무시한 비민주적 행태의 극단을 보여 주고 있다. 법치를 내세운 정부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뒤바뀐 후 정부의 모든 의사 결정은 지하 벙커의 어두움과 은밀성으로 점철되어 왔다. 정부는 2009년 4월 27일 부처 합동보고회를 통해 총 사업비가 14조 원이라고 발표하더니, 40일 만인 6월 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면서 사업비를 순식간에 22조 2,000억 원으로 늘렸다. 그 사이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전문가 자문과 지역 설명회, 공청회를 18일 만에 해치우는 기민성을 보였다. 국토와 강의 모양을 회복 불능한 상태로 바꾸는 ‘대역사’를 이처럼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민주 정부가 지구상에 또 어디 있을까. 이것은 ‘기민’이 아니라 철저한 ‘기만’이다.
그러던 정부가 느닷없이 환경단체와 언론기관,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일견 토론의 장을 자청한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교수모임은 공개토론회를 제안한 정부의 진정성에 대해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정부는 현재 표리부동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심명필 사업추진 본부장은 “수자원을 개발하는 국가 프로젝트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토론회 결과에 따라 공사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획을 수정하는 일은 없다”는 판에 박힌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계획 수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이제 와서 토론회를 열자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선거를 앞두고 4대강 사업 홍보 잔치를 열겠다는 말인가? 제발 좀 솔직하고 신뢰성 있는 정부가 되기 바란다.
둘째, 정부는 교수모임의 전문가 집단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다. ‘의지’가 아니라 ‘경제’다. 정부와 찬성측은 2008년 4월 경제학회가 요청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학술토론과 공개토론을 외면하여 왔다. 우리 교수모임은 2009년 5월 4개국 하천복원 전문가 초청 국제 심포지움을 포함하여 끊임없이 정부 관계자들을 토론의 장에 초청해 왔다. 그 이후 4대강 세미나는 현재까지 2-3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개최되었는데, 책임 있는 정부 인사를 초청하고자 한 교수모임의 노력은 대부분 무위로 돌아갔다. 사업 현장에 대한 공동조사도 여러 차례 제의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이렇듯 전문가들 간의 심도 있는 토론을 1년 동안 철저히 외면한 현 정부가 이제 와서 시민단체와 종교단체에 대화의 손길을 슬며시 내미는 저의가 무엇인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토론은 피하고 싶음인가, 아니면 4대강 사업은 최고 권력자의 무조건적 의지임을 스스로 인정함인가? 정부는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
아직까지도 정부는 “전문가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홍보가 부족해서 실상을 모르고 반대한다”고 하는 독선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심지어 4대 종단의 지도자들까지 생명과 평화의 교리에 위배되는 4대강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의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서는 불도저와 트럭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래를 퍼 나르며 생명의 강을 파괴하고 있다.
오늘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4대강 사업 국민 대토론회를 열 것을 정부 측에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사업의 강행이라는 현재의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사업의 중단, 연기, 수정, 순차 진행 등, 다양한 대안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로 공개 토론회에 응해야 할 것이다. 또한 TV 생중계를 포함하여 보다 많은 국민이 4대강 사업의 내용과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열린 토론회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5월 11일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대 한 하 천 학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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