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브랜드가 나오는 ‘브랜드 홍수의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변덕이 더욱 심해지면서 기업과 브랜드를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치열한 현대 기업 경쟁에서 살아남고 시장을 장악하며 국내 및 세계시장에서 정상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야 하며 고객의 마음을 지배하는 ‘아이콘 브랜드’의 성공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이콘 브랜드' 만들어야 소비자 사로잡는다
LG경제연구원은 9일 펴낸 ‘아이콘 브랜드를 만들어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운동화’는 ‘나이키’, ‘MP3플레이어’는 ‘아이팟’이 생각나는 것처럼, 소비자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 대표 브랜드인 ‘아이콘(ICON) 브랜드’를 형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5가지 브랜드 성공전략을 제시했다.
연구원이 글로벌 성공기업들의 사례와 함께 제시한 5가지 브랜드 성공전략은 ▲매력타점에 집중하라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라 ▲상품이 아닌 문화를 판매하라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라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연구원은 올해 초 한국 능률협회가 소비자 1만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파워 조사’ 결과 산업별 아이콘 브랜드는 이동통신은 011, 휴대폰은 애니콜, 김치 냉장고는 딤채, 준중형차는 쏘나타였다며, 기업들은 소비자 두 명중 한 명은 자사 브랜드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브랜드 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최근 아이콘 브랜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로 브랜드 홍수의 시대에서 상품의 차별화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점, 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소비자인 ‘콘크리트 소비자(Concrete Consumer)’의 증가 추세 등으로 인해 기업과 고객의 강력한 관계 구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아이콘 브랜드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나이키, BMW, 풀무원, 할리데이비슨, 스타벅스 등은 매스 컬트(Mass cult)라 불리는 대규모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강력한 로열티에 힘입어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관계 구축을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아이콘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진단이다.
전략1. 고객의 매력타점에 집중하라: 인텔과 풀무원
기업이 아이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객의 매력타점(Sweet Spot)을 발견하고 이를 충족시켜야 한다. 매력타점은 본래 야구, 골프 용어로서 마케팅에서는 소비자가 가장 크게 느끼는 심리적 혜택을 의미하며, 기업은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간파하고, 이중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최우선의 매력타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텔은 단순한 첨단 기술이 아닌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최고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인간과 생활습관 연구소’(PPR, People and Practice Research)를 운영하고 있다. 인류학 및 사회학 전공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TV, 집, 거리 등을 둘러싼 세계 각국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분석한 연구물을 통해 소비자의 매력타점을 간파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인텔은 작년에 중국에서 출시한 가정 교육용 PC는 중국 부모들의 엄격한 교육관을 반영하여 소프트웨어 잠금 장치 대신 실제 자물쇠를 달아 중국에서 인기를 모았다. 인텔은 중국에서 열쇠와 자물쇠가 지니는 권위의 상징으로서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한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매력타점을 찾았다면 이를 브랜드의 핵심가치로 삼고 이를 완벽하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품회사 풀무원은 90년대 후반 두부 파동 등으로 인해 두부 등 기본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고객의 매력타점은 무공해 식품 즉, ‘안전’임을 간파했다. 이에 따라 풀무원은 ‘식품이 아닌 안전을 판다’라는 비전을 추구하였으며 엄격한 품질관리를 철칙으로 채택, 원료 산지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며, 제조에서 판매까지 전과정의 청정화를 추구했다. 이 결과 업계 최초로 포장 두부를 출시하는 등 국내 식품 산업을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전략2.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라: 나이키와 앱솔루트 보드카
기업은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브랜드가 각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브랜드를 매개로 한 기업과 소비자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광고 등 고객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일관성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한번 해봐(Just do it)’으로 대표되는 나이키의 광고 캠페인은 나이키의 고객뿐만 아니라 경쟁사 고객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단순한 광고의 차원을 넘어선 마케팅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나이키의 광고 캠페인이 기념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광고의 뛰어난 창조력 때문만은 아니라, 나이키의 핵심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철저하게 지속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해왔기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키가 표방하는 핵심가치인 ‘최고의 경기력(Performance)’을 발휘하기 위한 ‘최고의 제품’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오랜 세월 동안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나이키 광고의 성공 요소인 셈이다.
앱솔루트 보드카 역시 일관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유명하다. 1981년 론칭 이후 광고대행사인 TBWA와의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선보인 앱솔루트 광고는 20년 동안 핵심가치인 ‘완벽(Perfection)’을 유지하면서 수백 편에 달하는 시리즈를 연재하였다. 많은 광고들이 해마다 컨셉트가 바뀌고 캠페인의 방향이 틀어지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는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략3. 상품이 아닌 문화를 판매하라: BMW와 뱅앤올룹슨
BMW의 신차 출시회. ⓒ연합뉴스
성공적인 아이콘 브랜드들은 모두 자사 제품이 가진 철학을 브랜드에 담아서 소비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문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은 단순히 상품의 기능적 효용 제공에 국한하지 않고 브랜드 고유의 문화를 판매함으로써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배해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제품과 기업의 철학이 동화되어, 브랜드가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아야만 아이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최근 BMW는 자사 매장에서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BMW로고가 붙은 의류에서 생활 소품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BMW의 라이프스타일 매장에서 회사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면서 공감대를 느끼고 동화되면서, BMW는 이미 단순한 자동차 판매 회사가 아니라 꿈의 자동차 생활을 제안하는 회사가 된다.
초고가 오디오 브랜드로 유명한 뱅앤올룹슨은 제품 판매를 위해 고객에게 직접 설명하기보다는, 고객에게 진정한 음악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제안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실제로 매장 가운데에 유리방이 있고 이 유리방에 뱅앤올룹슨 스피커와 대형 프로젝션 TV, 안락한 소파를 통해 음악을 경험한 고객들은 뱅앤올룹슨이 제공하는 문화를 경험한 후 자연스럽게 매장을 나간다고 한다.
전략4.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라: 아르마니
소비자의 참여의 욕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생산적 소비자를 일컫는 프로슈머(Prosumer)를 넘어, 최근에는 창조적 소비자인 크리슈머(Cresumer; R&D, 생산 및 유통 등 기업의 프로세스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기업은 소비자의 의견과 제품에 대한 평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피드백에 나서고 있고, 이는 자사 제품을 아이콘 브랜드로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패션업체인 아르마니는 끊임없는 고객 의견 수렴을 통해 아르마니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르마니 콜레지오니는 부유하지만 합리적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는 아르마니만을 고집하는 젊은 마니아 층을 형성하였다. 이와 같은 아이콘 브랜드 구축의 성공에는 최고경영자(CEO) 겸 디자이너였던 아르마니의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있었다.
아르마니는 사업 파트너이자 마케팅 책임자였던 갈레티오가 1985년에 사망한 후 매출이 급감하자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자사 브랜드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매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전세계 만 여명의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패션 트렌드를 읽고 아르마니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아르마니는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남성복이라는 제품 컨셉트를 도출할 수 있었다.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디자인과 신제품 개발로 연결되어 결국 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전략5.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하라: P&G, 코카콜라, 질레트
아이콘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강하고 호의적인 브랜드 연상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브랜드를 관리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를 훼손할 수 있는 활동들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도 브랜드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다.
P&G, 코카콜라 등은 브랜드에 대한 면밀한 감사(Brand Audit)와 지속적인 브랜드 트래킹(Brand Tracking)을 통해 현재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아이콘 브랜드들은 변화와 기술발전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진화해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질레트는 면도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타사에 비해 기술적으로 항상 앞서 나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Atra, Sensor, Mach3 등과 같은 브랜드에 적용하면서 Atra Plus, Sensor Excel과 같이 계속적인 이미지 확장을 유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아이콘 브랜드를 표방하는 국내 기업들도 세계의 기업과 소비자 및 브랜드 전략의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없는 브랜드 전략은 무모한 투자일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성공적인 브랜드 창출과 유지를 통해 글로벌 성공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