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은 천안함, 4대강은 4대강"
<기자의눈> 천안함 사태에도 4대강은 계속 "진격 앞으로"
천안함 사태는 보수 일각에서 주장하듯 북한 소행이라면 최대 국가안보 비상사태이고, 내부사고라 할지라도 통치 위계질서가 밑동채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모든 역량을 이번 사태의 원인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대책을 수립하는 데 집결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여당 수뇌부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천안함 사태를 총괄해야 할 김태영 국방장관은 실종자 구조작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회관 태극홀에서 열린 '국방 녹색기술 심포지엄'에 참석해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3일 낙동강 함안보 공사장을 찾아 4대강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과정에 뜬금없이 '어항론'을 펼쳐 빈축을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6일에는 정진석 천주교추기경을 찾아 4대강사업 협조를 당부하려 했다가 정 추기경이 '천안함 사태'를 거론하면서 우회적으로 방문 시기의 '부적절성'을 지적해 다시 망신을 자초했다.
같은 날,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도 같은 목적으로 정 추기경을 방문했다가 정 추기경으로부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만 받고 돌아왔다.
같은 날, 친이직계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한겨레>신문에 전두환 정권때의 한강 정비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장으로 있던 현대건설이 제안한 사업이었음을 강조하며 4대강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글을 기고했다.
7일에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나서 청와대 정책소식지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에 "홍수로 퇴적토가 켜켜이 쌓이고 쓰레기와 오염물질 때문에 죽어가는 강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방치된 강을 강답게 되살려 안전하고 쾌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이 매년 홍수 피해를 보는 저지대 서민과 농민, 생수를 사 마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서민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서민과 장사가 안돼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는 친서민 복지사업"이라는 예의 서민복지론을 펴기도 했다.
물론,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하지만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나라를 거의 반토막냈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지금 정부여당 누구도 거론조차 하길 기피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기는커녕 거의 '자연사'하는 분위기다.
단 하나, 4대강사업만 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마치 지금 더욱더 밀어붙이지 않으면 4대강사업이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정도로, 정부여당의 4대강사업 집착은 대단하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에 관한 한,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하고 있다. 이런 신중함의 10분의 1만이라도 4대강사업에 쏟는다면 4대강사업에 대한 절대다수 국민의 반감도 누그러뜨릴 수 있으련만, 지금 정부여당 움직임은 그와 정반대다. "진격 앞으로"일 뿐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