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정정길, 추기경 찾았다가 '쓴소리'만
정운찬 "4대강 SOS 청하러 왔다" vs 추기경 "그보다는 천안함이..."
서울대교구장이기도 한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오전에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오후에는 정운찬 총리의 잇따른 예방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주교 주교회의 4대강사업 반대 선언과 관련, 천주교에 대한 설득 노력 부족을 질타한 데 따른 예방이었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오전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정부가 국가적 사업을 추진할 때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하다"며 "앞으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고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가 전했다.
정 추기경은 또 천안함 침몰사건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용산참사의 교훈을 기억해 유족들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용산참사를 상기시키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정길 실장은 "앞으로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는 한편 가톨릭의 의견도 적극 청취하겠다"고 답했다.
오후에는 정운찬 총리가 권태신 총리실장 등과 함께 정 추기경을 예방해 "그동안 국가에 불행한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서 어른인 추기경께 SOS를 청하러 왔다"면서 "여러 사회 현안도 많은데 추기경 말씀도 듣고 저희 입장도 설명 드리려 찾아왔다"고 말을 꺼냈다.
정 총리는 이어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사업 반대 성명을 거론하며 "저희 뜻을 잘 전달을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주교님들은 생명, 환경, 생태 이런 차원에서 말하는데 정부 쪽에서는 기술적인 것만 말했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 앞으로 좀 도와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정 추기경은 그러나 "그 문제(4대강)보다 먼저 백령도에서 군함이 뜻밖에 바다에 가라앉는 불행스러운 일이 벌어져서 승조원, 가족, 구조에 애쓰다 희생하신 의인, 유가족 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4대강사업에 대한 언급을 피한 뒤 화제를 천안함 사고로 돌렸다.
정 추기경은 이어 천안함 침몰 의혹이 증폭되는 것과 관련, "군함이 인양돼야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인양된 다음까지도 여러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럴 때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4대강사업 협조 요청에 대해 정 추기경이 천안함 사태를 거론한 것은 정 총리의 방문 시기나 요청 내용이 시기적으로 적합치 않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정 추기경과 정 총리는 이같은 대화를 나눈 뒤 비공개로 따로 2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정 추기경은 "4대강 사업이 정말 필요하다면 해야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소통의 문제"라고 지적한 뒤,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국민의 언어로 설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업 신부가 전했다.
정 추기경은 특히 "소통이 부족해 오해한 다음에는 선입견이 생겨서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잘 안된다"며 "나중에 설명하지 않고 미리미리 소통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