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대 주력산업, '글로벌 공급과잉 위기' 노정
자동차-철강 이미 심각, 조선도 곧 위기상황 직면
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내부 자료를 입수한 결과 작년 자동차산업의 공급 과잉률은 56.7%, 철강은 37.7%에 달했다. 또한 석유화학의 공급 과잉률은 17.9%, 조선은 14.4%였다. 반도체는 작년 초 독일의 키몬다가 파산하는 등 공급과잉 조정이 있었지만 우리의 주력 상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휴대전화용 반도체) 등 일부에서 여전히 공급 과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산업의 경우 올해 사상 최대의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컨설팅업체 <글로벌 인사이트>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수요량은 6610만대, 생산능력은 9510만대로 공급 과잉량을 사상 최대인 2900만대로 추산하고 있다.
철강·석유화학 등은 선진국이 설비를 줄이거나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중국·중동 산유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신·증설이 계속되면서 공급 과잉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세계 철강 공급능력은 현재 16억6000t에서 2020년 20억t으로 20.5%나 늘어날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지표인 에틸렌은 2008~2012년 세계 에틸렌 공급시설 신·증설 물량 중 47%가 중동에 몰려 있기도 하다.
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발주물량이 줄어들었지만 수주에서 인도까지 약 2년6개월이 걸리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기존 수주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건조능력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 특히 조선 조사업체 클락슨은 2012년 조선산업의 설비 과잉률이 91.7%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전 세계 공급 과잉은 최악으로 치달고, 특히 중국이 '자국 건조주의(자국 배를 자국 조선소에서 만드는 것)'를 내세우고 있어 다른 나라의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 작년 우리나라의 일부 주력 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에 묻혀 그 실상이 부각되지 않았으나 이미 글로벌 공급 과잉의 큰 충격을 받았다.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13.9% 감소한 가운데 승용차 수출은 28.4%, 철강은 21.6%, 석유제품은 38.7% 감소하는 등 공급 과잉 산업의 수출 감소폭이 평균 감소 폭보다 컸다. 그나마 자동차는 우리의 주력인 소형차가 주목을 받고, 조선도 3년치 물량을 수주하고 있어 충격이 작았던 게 이 정도다.
또 이번 충격은 중국의 기술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3.8년 정도 뒤진 상황이어서 견딜 수 있었지만 위기에도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이 조만간 기술 격차를 줄이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공급 과잉의 덫'의 피해를 크게 볼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걱정이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기획재정부 내부자료가 한국경제에 던지는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통상적으로 설비 과잉률이 20%를 넘어서면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로 평가한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자동차, 철강은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이며, 조선도 곧 미증유의 공급과잉 위기에 직면하며 석유화학, 반도체 등도 비슷한 처지라는 의미다.
실제로 조선업계의 경우 최근 일부 덤핑 수주를 하고 있으나 올 중반기부터 본격적인 대불황이 도래할 것이란 위기감이 급속 확산되는 등, 글로벌 공급과잉 위기는 향후 한국경제의 최대 구조적 위기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에다가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수출국 경기가 장기불황 조짐을 뚜렷이 하면서 공급과잉 문제는 한층 빨리 부각될 전망이어서, '뉴 리딩 인더스트리(신 선도산업)'를 찾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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