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가 폭락, 버블의 마무리 국면 현상"
[송기균의 마켓뷰] 밸류에이션 믿다간 낭패 볼 것
폭락을 야기한 요인들로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규제, 중국의 출구전략 개시, 유럽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험도 증대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시장에 노출되었던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폭락의 진정한 원인은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유동성의 힘만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 즉 버블의 마무리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향후 주가전망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유동성장세, 즉 버블이 언제 시작하고, 얼마 동안 어느 정도나 오르고, 언제 끝날지는 금융이론이나 경제제표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심리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예측불허의 시장이 바로 버블 장세의 특성이니까.
그런데도 상당수의 증권사들은 지금 가격에서 주식을 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소위 말해서 밸류에이션(valuation)이다. 밸류에이션에 의하면 주가가 적정수준에 비해 싸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장이 패닉을 벗어나 이성을 찾으면 적정수준으로 회복될 거라는 논리다.
그들이 말하는 밸류에이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소위 말하는 주가수익비율이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PER(Price Earning Ratio)이라고 하면 더 쉽게 알아들을 것이다. PER이란 주가를 기업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주식시장에서 PER이란 대단히 중요하다. 주식가격이란 길게 보면 기업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의 PER은 10 아래에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낮은 수준이다.
그러므로 주식을 지금 가격에서 사야 된다……라고 말하면 대단히 기본적 분석에 충실하고, 그래서 합리적인 투자자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증권사와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향후 우리나라 주식가격을 전망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작년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작년 세계경제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못해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대다수 기업들은 수출기업이다. 수출기업은 해외시장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그런 수출기업들이 80년 만에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에서 엄청난 이익을 냈다. 상식적으로 보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들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닐 테고, 그리고 그런 재주가 최악의 경기침체에서만 발휘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이런 불가사의한 현상을 설명해 줄 요인은 딱 하나다. 환율 말고는 이런 불가사의를 설명해 줄 요소는 없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환율이 폭등하였다. 현정부가 출범하던 날 환율은 947원이었다. 그리고 작년 평균환율은 1,276원이었다. 1년여 만에 무려 329원, 즉 35%나 폭등하였다.
수출기업들에게는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이나 다름 없는 횡재였다. 환율이 폭등한 금액만큼 1달러당 이익이 증가하였으니 1억 달러를 수출하면 329억의 이익이 더 늘었고, 100억 달러를 수출하는 기업은 3조2900억원의 추가이익이 생겼다.
그렇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등이 사상 최대 이익을, 그것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와중에 그런 기적 같은 실적을 낸 것은 환율폭등 말고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내가 직접 계산해보았더니 작년 상장기업 전체 이익 중 절반 이상이 환율폭등 덕분에 생긴 이익이었다. 더 자세한 내용과 구체적인 숫자를 알고 싶으면 2009년 10월 13일 자 <송기균의 마켓뷰>을 읽어보기 바란다.
문제는 올해다. 환율이 작년 평균이 1,276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160원 수준이다. 작년 대비 100원 이상 하락하였다.
올해 상장기업의 이익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현정부 출범 후 환율이 329원 올라 작년 수출기업들이 초호황을 구가하였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환율이 100원이나 떨어졌다. 올해 상장기업의 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혹시 글로벌 경제가 엄청나게 좋아진다면 환율안정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올해 우리나라 환율이 지금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내가 주식 투자자들에게 하려는 말은 이렇다.
밸류에이션을 믿지 마라. 왜냐면 환율폭등에 힘입어 작년 기업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율이 정상수준으로 돌아가는 올해 이후 상장기업의 이익도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순리를 잊지 말아야만 큰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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