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1000곳이 매일 문을 닫는 이유
[송기균의 마켓뷰] 자영업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해
통계청이 1월13일 발표한 <2009년 고용동향>에 의하면 작년 한 해 동안 자영업자수가 25만9천명이나 줄었다. 새롭게 창업을 한 곳도 있을 테니까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은 자영업자는 그 두 배에 달할 것이다.
이 숫자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의 28만5천명에 버금가는 수치이고, 카드대란으로 내수침체가 극심했던 2003년 14만7천명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수치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접하고 이런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정부와 언론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왜 자영업자들은 계속 어려운가? 2009년 2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였는데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더 많이 늘어나는 경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경제가 팍팍하니까 씀씀이를 줄이고 있고, 그에 따라 자영업의 대명사인 음식점이나 구멍가게가 장사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가 회복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데도 서민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간단한 경제이론인 GDP에 관한 이론을 꺼내 보자.
GDP(Gross Domestic Product)란 국내총생산을 말한다. 그런데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우리 국민 누군가의 소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GDP란 국민총소득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 GDP가 성장한다는 것은 국민총소득이 증가하는 것이다.
2009년 2분기와 3분기에 우리나라 GDP는 연률로 환산하여 각각 10.4%와 12.8%라는 놀라운 성장을 시현하였다. 바꿔 말하면 작년 2분기 이후 국민총소득이 크게 증가하였던 것이다.
국민총소득이 두 자릿수로 증가하였는데 서민들의 소득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그리고 서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도 장사가 안 되어 매일 1,000곳 이상이 문을 닫고 있다. 그것은 또 왜일까? 서민과 자영업자 몫의 국민소득 증가분은 어디로 흘러 들어갔을까?
언뜻 이해가 안 되는 이런 경제 현상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최근 신문의 경제면과 증권면에 등장하는 이런 기사들이다.
‘삼성전자 사상 최대 이익 달성’ ‘삼성전자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수출대기업들의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증하였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데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낸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경제위기의 근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제침체였지 않은가 말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대기업들은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른다. 그러므로 세계경제가 침체를 겪으면 당연히 매출이 줄어들고 이익은 더 크게 줄어들어야 마땅하다. 경제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수출대기업은 자영업자들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 거라고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사상 최대의 이익과 사상 최고의 주가로 위기 이전보다 더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처럼 불가사의한 경제 현상을 설명해주는 것은 환율 말고는 없다.
환율이란 일종의 가격이다. 외화를 사고 파는 가격이 바로 환율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핸드폰 가격이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이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파는 쪽은 핸드폰 한 대당 10만원의 이익이 증가하고 사는 쪽은 동일한 금액만큼 손해를 본다.
환율도 핸드폰 가격과 똑같다. 현정부가 출범하던 날 1달러의 가격은 947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9년의 평균환율은 1276원이었다. 1년여 만에 달러 가격이 35%나 폭등하였다.
달러를 파는 쪽에서는 1달러당 329원만큼 이익이 더 증가하였다. 사는 쪽에서 동일한 금액만큼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달러를 파는 쪽이 수출대기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사상 최대이익’과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의 이유다.
달러를 사는 쪽은 국민 전체다. 환율이 35% 오르면 수입하는 원유와 원자재의 가격이 35% 오르고 따라서 생필품의 가격이 그만큼 오른다. 바꿔 말하면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그만큼 감소하는 것이다. 이것이 서민경제가 바닥을 헤매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고환율 정책이란 서민들의 지갑에서 돈을 빼서 수출대기업의 금고에 넣어주는 소득재분배 정책과 똑같다. ‘삼성전자의 사상최대 이익’과 ‘자영업자의 몰락’은 그런 고환율 정책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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