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경고' 외면하는 한국, 걱정이다
[송기균의 마켓뷰] 외국돈 몰려든다고 좋아할 일 아니다
지난 12월 10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성태 한은총재는 “올해 5% 경제성장 전망에 비해 2%의 기준금리는 엄청나게 낮다”고 말했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도 지난 12월8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여름쯤부터 이미 출구전략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만약 출구전략을 일찍 폈다면 경제회복이 늦어졌을 것이다”고. 맞는 말이다. 출구전략이란 금리인상을 말하는데 금리가 인상되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경제의 문외한이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은총재나 전 금융연구원장이 경제회복의 둔화를 무릅쓰고라도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경제회복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면 경제에 공짜점심이란 없는 법이니까.
더 무서운 결과란 무엇인가? 저금리를 유지하는 데서 생기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팽창한 버블이 붕괴되고 난 후 엄습할 엄청난 경제적 충격이다. 그것은 현재 미국 국민들이 뼈저리게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무서운 결과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모든 나라들에게 공격적인 금융완화와 재정정책을 강력히 주문해온 IMF의 경고이기에 우리를 더 긴장하게 만든다.
IMF의 발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세계경제전망>이다.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과 정책권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IMF의 <세계경제전망>은 아시아 국가들이 선진국보다 먼저 ‘출구전략’을 시작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많은 이머징 국가들은 통화완화정책의 철회를 선진국들보다 먼저 시작해야 한다. 일부 국가들은 자산가격 버블을 예방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시행함과 동시에 환율을 신속하게 절상함으로써 선진국의 과도한 통화팽창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선진국들과 달리 대출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 같은 나라에게 통화완화정책을 수정하라는 권고에 다름 아니다. 특히 금리차와 환차익을 노린 미국 돈이 한국 증시 등으로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달러 캐리'의 유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충고다.
<세계경제전망>은 한 발 더 나아가 통화정책의 목표에 인플레이션 예방뿐만 아니라 자산가격 버블의 방지도 포함할 것을 분명히 하였다. 이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이번 위기가 통화정책 수립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자산가격 버블이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까지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인플레이션이 자산가격 버블을 예고하는 지표로 유용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출과 시중 유동성의 증가 등이 자산버블을 판단하는 더 유용한 지표다. 그러므로 이런 지표를 통해 자산버블의 징후가 감지되면 향후 몇 년 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더라도 통화긴축을 시행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
자산가격에 버블이 팽창하고 있는데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저금리를 장기간 방치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한 뒤 내린 결론이다.
IMF의 정책권고를 접하고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누구라도 똑같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여 버블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그리고 버블을 낳은 것은 지난 몇 년 간 지속된 대출 급증과 이로 인한 시중 유동성의 급증이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금리인상을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경제성장률까지 치솟고 있는 중이므로 금리인상을 늦출 이유는 전혀 없다. 만약 정치적인 이유에서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여 자산가격의 버블을 방치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 것인지는 지난 2년 간 미국경제가 실감나게 보여주었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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