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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수로 끝난 '55억 협찬금' 파문

열린당의원 33명 게임업체에 요구, 여야 소장파 e스포츠 경쟁도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28일 박형준 한나라당의원이 이달 박 의원 지역구에서 열린 부산국제디지털문화축제에 상품권 발행업체-게임업체 등의 모임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은 의혹을 비판하는 과정에 '묘한 비교화법'을 사용했다.

우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결과를 브리핑하는 과정에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거 저희당 소속의 정모의원이 온라인 관련해서 e-스포츠 관련된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취하기 위해서 공문을 보냈다가 상당히 심각한 비판에 직면했던 것을 상기해 볼 때, 실제로 협찬이 이뤄져서 행사가 진행된 것은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 대변인 발표후 열린우리당 내에선 그의 발표를 원망하는 비난이 빗발쳤다. '바다이야기' 쓰나미가 정가를 강타하는 지금은 비록 '과거지사'라 할지라도 의원들의 이름 석자가 거명되면 진위 여부를 떠나 혼쭐이 나는 살벌한 상황이다. 그런 마당에 우 대변인이 '꺼진 불'을 다시 건드린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미수로 끝난 '55억원 협찬금' 요구 파문

특히 우 대변인이 언급한 '정모 의원', 즉 정청래 의원의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은 지난해 9월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김재홍 열린우리당의원과 함께 그의 보좌관이 사행성게임업자 모임인 한국전자게임사업자협회 비용으로 미국 게임박람회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난 까닭에 의혹의 눈길을 받던 차였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4월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발족시켰다. 이 모임은 아마추어 e스포츠의 활성화를 통해 e스포츠의 장기적인 발전기반을 마련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발기인으로 열린우리당 의원 29명이 참가했다. 이 모임은 그후 33명으로 확대됐으며, 정청래 의원이 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정 의원 비서실에 꾸려진 약칭 'e스포츠모임' 사무국은 지난 3월 23, 24일 11개 온라인게임 업체에 ‘대통령배 대한민국 e스포츠제전(가칭) 공식종목 협찬의 건’이라는 공문과 파워포인트로 작성한 27쪽짜리 협찬제안서를 e메일로 보냈다. 제안서에는 5억원을 협찬하면 ‘공식종목 협찬사 자격 부여’ ‘대회장 내 프로모션장 제공’ 등의 혜택을 준다고 돼 있다. 11개 업체에 보냈으니 모두 55억원의 협찬을 요구한 것이다.

공문에는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등이 후원하며 추진 주체는 ‘국회의원 33인으로 구성된 e스포츠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협찬을 요구한 e스포츠 모임 회원은 강기정, 강혜숙, 김덕규, 김영춘, 김원웅, 김재윤, 김태년, 김한길, 김현미, 노웅래, 노현송, 민병두, 박영선, 변재일, 서갑원, 서혜석, 선병렬, 안민석, 우상호, 윤호중, 이광재, 이경숙, 이목희, 이상경, 이상민, 이화영, 정청래, 제종길, 조정식, 최재성, 한병도 의원 등이었다.

사무국은 공문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업체를 방문해 협찬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다음달인 지난 4월 일부 언론에 알려졌다. 감당하기 힘든 거액의 협찬 요구에 불만을 느낀 일부 업체가 언론에 흘렸고 공안당국도 내사에 나섰다.

보통 게임 하나를 개발해 런칭홍보하는 비용이 10억원 정도. 따라서 업체당 5억원의 협찬 요구는 커도 너무 큰 요구였다. 업계는 특히 문제의 대회장소가 국회의사당인데, 55억원의 천문학적 거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정청래 의원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e스포츠 대회가 난립하고 있는 것을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업계에 제안서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정 의원측은 공문을 보낸 사무직원 정씨를 면직처리하며 협찬건을 백지화하는 선에서 파문을 진화됐다.

이렇게 어렵게 파문을 수습한 마당에 우 대변인이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으니 정 의원측이 펄쩍 뛰는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특히 우 대변인 자신도 회원 멤버인 모임의 적절치 못한 협찬건을 끄집어냈으니 더욱 그러했다.

지난해 10월 부산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에 10만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e스포츠 첫 통합리그 `SKY프로리그 2005' 결승전. ⓒ연합뉴스


여야 소장파 의원들의 e스포츠 경쟁

e스포츠는 오래 전부터 여야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젊은 유권자 공략의 주요 수단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노무현 대통령 핵심측근인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해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열린우리당 내 '친노직계' 의원 연구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 후원 아래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과 중국 베이징에서 68명의 한-중 게이머가 참여하는 e스포츠 행사를 연 바 있다. 이 의원은 탤런트 장나라양을 홍보특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이 국제 e스포츠대회인 WEG(월드e-스포츠게임즈)와 손잡고 'WEG 2005 한중전'을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박형준 정병국 등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의원들도 직접 게이머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들 행사에 동원된 게임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게임과는 거리가 먼 순수 게임들이다. 그러나 "세계 3대 게임강국 건설"이라는 정부-국회의 게임산업 진흥 드라이브는 결국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게임의 창궐의 핵심 명분으로 사용돼 왔으며, 지금도 이들은 물론 정부-국회 등의 자기방어 논리로 사용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임 진흥'과 '도박 창궐'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없었는지, 검찰이 명백히 규명해야 할 핵심의혹 중 하나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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