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들 "MB, 또 국민 속이려 해"
박근혜 "입장 변함 없다", 선진당 '의원직 총사퇴' 배수진
박근혜 "입장에 변함 없다"
이 대통령의 방송을 본 박근혜 전 대표는 28일 새벽 측근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할 말 이미 다했고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세종시 원안+α’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29일 측근들과 함께 충북 옥천에서 열리는 육영수 여사 84회 탄신제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재차 입장 표명이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친박진영은 다음달 중순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최종 수정안'을 발표하는 시점이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하며 앞으로 긴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 "그게 사과냐? 변명이지"
야당들은 일제히 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 대신 일방적 홍보를 하려 했다고 비난하며, 이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이 대통령 방송이 끝난 뒤 국회 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대보다 실망이 큰 프로그램이었다"며 "행복도시 얘기를 했는데 뭔가 해결책이나 대안제시가 전혀 없는 일방적인 백지화 시도로 국민 여러분의 납득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아주 소중한 가치에 대한 철학이 전혀 없어 정말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원안을 백지화시키는 것이 중대하다고 생각하면서 전임대통령이 왜 세종시 추진하려고 했는지에 아무런 생각도 없고 행정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생각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대통령 머리속에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개념이나 철학을 찾을 수 없구나 하고 느끼게 돼서 참 걱정스럽다"고 질타했다. 그는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도 "내가 볼 때 사과라기보다 변명에 가까웠고, 정치권에 함께 사과해야한다고 얘기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별도 논평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골치 아픈 것,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는 편견과, 경기도 과천을 수도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오류, 대통령 자신만이 나라를 생각한다는 투의 오만, 연기군 주민을 세종시 예정지에서 이주한 주민으로 생각하는 착각, 그리고 동문서답과 일방적 변명으로 점철된 국민과의 대화였다"며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한계로 받아들인다"고 혹평했다.
昌 "MB 또 국민 속이려 해", 선진당 '의원직 총사퇴' 배수진
특히 이 대통령으로부터 "위치가 달라지니 바뀐다"며 직격탄을 맞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그가 또 한번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 총재는 "사람은 일단 자기 생각이 옳다는 편견에 사로잡히면 자기 생각만 고집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모두 잘못된 것처럼 잘못된 확신을 갖게 된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국가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이러한 편견에 사로잡히게 되면 이것은 국가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선진당은 더 나아가 이 대통령 방송이 끝난 직후인 이날 밤에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면서 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으며, 사퇴서를 총재께 제출하고 그 처리를 일임했다"며 "앞으로 자유선진당 모든 당직자는 세종시 원안사수 및 수정 저지투쟁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의원직 총사퇴'라는 최후의 배수진을 치기까지 했다.
민노-진보신당 "MB는 역시 불통대통령"
민주노동당의 우위영 대변인도 "준비된 패널들이 준비된 쟁점을 던지면, 대통령은 준비된 자기 논리를 역설하는 방식"이라며 "'대화'가 아닌 대통령의 자기 논리에 대한 일방적 강변이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혹평했다. 그는 "결국은 세종시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에 불과하다"며 "참으로 뻔뻔스럽다. 진정한 ‘불통’ 대통령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대통령과의 대화’였다"고 비난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 역시 "자기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지적을 대단히 자의적으로 폄하하는 일방통행 두시간이었다"며 "일방적인 자기주장만을 펼치려면 ‘대화’보다 ‘연설’을 하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너무나도 합리성 없는 독선적 주장을 반복했다. 이미 4대강 본류에서 홍수피해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인데, 대통령만이 이를 모르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계몽’하려고 하는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며 "문제의 핵심은 국토균형발전과 대국민 신뢰이며, 4대강 사업은 국민 뜻에 반하는 환경파괴적인 토목삽질"이라고 질타했다.
대전충남 지자체장 "세종시 원안대로 해라"
대전충남 지자체장들도 이 대통령 방송 내용을 비판하며 원안 고수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소속 박성효 대전시장은 개인명의 성명을 통해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대전시민과 충청도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원안을 포함해 보완대책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효율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대안을 전혀 내놓지 않은 점을 힐난했다. 그는 "세종시 건설을 수정이란 이름으로 백지화한다면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세종시의 본 기능이 다른 기능으로 대체된다면 이미 세종시가 아니다"라며 원안대로 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역시 한나라당 소속인 이완구 충남지사도 “대통령의 말씀도 옳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라며 “국가 구성원 상호 간의 이해 관계와 시각의 차이가 다를 수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것을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의한 ‘법’과 사회적 자본인 ‘신뢰’라고 하는 두 축에 기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충청의 입장에서는 신뢰가 훼손된 이 상황에서 어떠한 대안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세종시 수정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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