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핫머니' 끌어들이는 MB 환율정책
[송기균의 마켓뷰]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숨겨진 본질
외국자금이 국내 채권과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해서일까? 아니면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핫머니들일까?
<한겨레 신문>이 11월20일자로 자본시장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이 미국의 저금리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격적으로 들어온 만큼 공격적으로 철수할 가능성도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핫머니는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고 목적이 달성되면 순식간에 차익을 실현하고 떠난다. 핫머니의 유출입에 따라 주가와 금리와 환율이 급등락하여 실물경제에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단기차익이다. 예를 들어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의해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경우를 보자. ‘달러 캐리 트레이드’란 미국에서 자금을 차입하여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차입한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므로 투기자금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투자가 잘 못될 경우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리스크를 지고도 들어오는 돈들이다. 그러므로 수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쉽게 손댈 수 없는 것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다.
그 투기꾼들이 노리는 것은 일차적으로 금리 차이다. 달러를 빌릴 때의 차입금리와 투자한 국내채권과의 금리차이만큼 이익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순수하게 금리차이를 보고 공격적으로 국내채권에 투자한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다. 왜냐면 환율이 그들에게 불리하게 움직인다면 단 며칠 사이에 금리차이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국내채권에 투자한 돈들은 환차익을 노린 돈들일 가능성이 크다.
달리 말하면 현재 원화환율이 크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확신한 투기세력들이 공격적으로 국내 채권과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금은 달러로 차입한 빚낸 돈들이고.
과연 원화환율이 어느 정도나 저평가 되어 있길래 외국의 투기세력들이 저리도 공격적으로 투기에 나선 것일까? 현 정부 출범일인 2008년 2월25일과 어제(11월20일)의 주요국가 환율을 비교해 보면 원화가 엄청나게 저평가되어 있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일본 엔화의 가치가 20%나 상승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신용평가 강등의 위기에 있는 영국을 제외한 주요국가들의 통화가 대부분 평가절상 되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중국,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경제가 취약한 인도네시아도 통화가치가 4% 하락에 그쳤는데 우리만 18%나 하락하였다. 누가 보아도 정부의 인위적 고환율 정책이 아니면 지탱하기 어려운 환율수준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입은 엄청난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노리는 국제 투기자금이 이것을 놓힐 리가 없다. 달러로 차입한 돈을 공격적으로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원화절상에 따른 환차익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핫머니의 유출입은 국내경제에 불필요한 비용만 초래하고 이익이 하나도 없는 백해무익한 독버섯과 같다. 그러므로 외국자금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고 해서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유발하는 부작용을 방지할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
브라질은 자본거래세를 도입하고, 이웃 대만도 외국투기자금에 규제를 부과한다고 한다. 우리 경제는 소위 ‘소규모 개방경제’이므로 그런 조치를 취할 경우 부작용이 클 거라고 우려들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조치는 무엇일까?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다. 시장원리란 가격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의 투기세력이 원화가 아주 싸다고 확신하여 엄청난 돈을 차입하여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면 그것을 막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그들에게 원화를 비싸게 팔면 된다. 지금처럼 외국 투기세력에게 헐값에 원화를 넘겨주지 않고 정당한 가격을 치르도록 하면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은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도 알 수 있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데 정부는 무리를 해가면서 원화의 환율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다. 수출대기업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보장해주려는 것이다.
강만수씨가 11월13일 전경련 초청강연에서 한 말이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3분기에 사상최대의 실적을 냈다고 하지만 환율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사상 최대의 적자가 됐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출대기업들이 80년 만의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 사상최대의 이익을 내는 이면에는 국민들의 엄청난 희생이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대기업들이 상반기에 고환율에 의해 40조원의 이익을 보았다면 국민들은 40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환율 정책’은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수출대기업의 금고로 가져가는 ‘소득재분배 정책’인 것이고, 이 잘못된 정책이 핫머니의 천문학적인 국내유입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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