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GDP 서프라이즈'의 진실은 버블
[송기균의 마켓뷰] '유동성 파티' 끝나면 더블딥 도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9%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였다. 분기 성장률로는 7년 반만의 최고치이고 작년 동기 대비해서도 0.6% 플러스 성장이므로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깜짝 놀랄 만한 실적’이기도 하다.
1분기 0.1% 성장, 2분기 2.6% 성장에 이어 3분기 2.9% 성장하여 세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성장률만 보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위기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듯한 모습이다.
과연 그럴까? 한때 1930년대 세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었는데, 우리 경제는 짧은 기간에 그런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는가?
이에 대한 판단은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아주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지, 개인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지 아니면 줄일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실물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여부일 테니까.
우리 경제가 경제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의 내용을 보아야 한다. ‘깜짝 성장’을 야기한 요인을 정확히 알아야 이런 성장률이 향후에도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3분기 2.9% 성장을 이끈 요인은 내수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3.9%로 해외부문(즉 순수출=수출-수입)의 -1.0% 성장에도 불구하고 2.9%의 높은 성장률을 가능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내수부문의 성장률 기여도의 추이를 보면 작년 4분기에 -7.1%로서 경제성장률을 -5.1%까지 추락하게 한 주 요인이었다. 올해 1분기까지는 -2.6%로 침체의 늪에서 헤매었는데 2분기에 1.3%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이어 3분기는 3.9% 성장으로 분기성장률을 7년 반 만의 최고치로 끌어 올렸다.
그러면 내수부문의 성장률이 작년 4분기 수직 하락하였다가 올해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것이 향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임에 틀림없는데.
내수부문은 경제주체에 따라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뉜다.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및 정부지출이 그것이다. 먼저 정부지출을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재정적자가 43조원이었다. 43조원이면 GDP의 4%가 넘는다.
쉽게 말하면 정부지출부문에서 재정적자에 의해 경제성장률에 4% 이상의 기여를 했던 것이다. 3분기 재정적자는 더 늘었을 것이 틀림없으므로 정부부문의 기여도는 더 증가했을 것이다. 재정적자란 빚을 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므로 재정적자에 의한 성장은 미래의 성장률을 미리 당겨 쓰는 것이다.
내수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계의 소비지출이다. 우리나라 GDP의 5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지출을 견인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계의 소비지출이 늘지 않으면 재정적자를 아무리 늘려도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 미국이 재정적자를 엄청나게 늘리고도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머무는 것은 바로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소비지출을 결정하는 것은 소득이다. 가계는 소득이 늘면 그 중 일정부분을 저축하고 나머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계의 소득이 올해 들어 증가하였는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고용을 줄이고 있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급여 혹은 수당을 삭감하고 있으므로 가계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그러면 왜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자산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올해 3월 초 이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다. 가계는 보유한 자산이 증가하였으므로 소비를 늘리고 있다. 그 결과 내수부문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경제성장률이 깜짝 놀랄 정도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소비지출의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지심리비수는 작년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자 9월의 96에서 12월에는 81까지 하락하였고 올 3월까지 바닥에 머물렀다.
그런데 3월 초 이후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세를 보이자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3월 84였던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98로 폭등하더니 5월에는 또 다시 105로 놀라울 정도로 상승하였다.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을 지속하자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고공행진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3월 초 이후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실물경제에 근거하지 않은 버블이라는 데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시중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자산가격이 폭락하였는데 우리나라만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결과 자산가격이 폭등하는 버블현상이 발생하였다. 소위 ‘유동성 파티’를 우리 경제가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 ‘유동성 파티’의 중요한 메뉴 중 하나가 경제성장률인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내년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정부의 예상 수준인 4% 언저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내수의 성장이다. 그리고 내수가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자산가격의 버블이 계속 팽창하는 것이다.
요 며칠 솟구치던 주식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급락이 지속된다면 4분기 그리고 2010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유동성 파티’가 끝난 후의 경제성장률이 우리 경제의 참모습이다.
바야흐로 우리 경제가 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이라는 갑옷을 벗고 본실력에 의해 성장해야 하는 진검승부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최근 출간.
1분기 0.1% 성장, 2분기 2.6% 성장에 이어 3분기 2.9% 성장하여 세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겉으로 드러난 성장률만 보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위기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듯한 모습이다.
과연 그럴까? 한때 1930년대 세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었는데, 우리 경제는 짧은 기간에 그런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는가?
이에 대한 판단은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아주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지, 개인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지 아니면 줄일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실물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여부일 테니까.
우리 경제가 경제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의 내용을 보아야 한다. ‘깜짝 성장’을 야기한 요인을 정확히 알아야 이런 성장률이 향후에도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3분기 2.9% 성장을 이끈 요인은 내수다.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3.9%로 해외부문(즉 순수출=수출-수입)의 -1.0% 성장에도 불구하고 2.9%의 높은 성장률을 가능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내수부문의 성장률 기여도의 추이를 보면 작년 4분기에 -7.1%로서 경제성장률을 -5.1%까지 추락하게 한 주 요인이었다. 올해 1분기까지는 -2.6%로 침체의 늪에서 헤매었는데 2분기에 1.3%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이어 3분기는 3.9% 성장으로 분기성장률을 7년 반 만의 최고치로 끌어 올렸다.
그러면 내수부문의 성장률이 작년 4분기 수직 하락하였다가 올해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것이 향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임에 틀림없는데.
내수부문은 경제주체에 따라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뉜다.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및 정부지출이 그것이다. 먼저 정부지출을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재정적자가 43조원이었다. 43조원이면 GDP의 4%가 넘는다.
쉽게 말하면 정부지출부문에서 재정적자에 의해 경제성장률에 4% 이상의 기여를 했던 것이다. 3분기 재정적자는 더 늘었을 것이 틀림없으므로 정부부문의 기여도는 더 증가했을 것이다. 재정적자란 빚을 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므로 재정적자에 의한 성장은 미래의 성장률을 미리 당겨 쓰는 것이다.
내수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계의 소비지출이다. 우리나라 GDP의 50%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지출을 견인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계의 소비지출이 늘지 않으면 재정적자를 아무리 늘려도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 미국이 재정적자를 엄청나게 늘리고도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머무는 것은 바로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소비지출을 결정하는 것은 소득이다. 가계는 소득이 늘면 그 중 일정부분을 저축하고 나머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계의 소득이 올해 들어 증가하였는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고용을 줄이고 있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는 급여 혹은 수당을 삭감하고 있으므로 가계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그러면 왜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자산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올해 3월 초 이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다. 가계는 보유한 자산이 증가하였으므로 소비를 늘리고 있다. 그 결과 내수부문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경제성장률이 깜짝 놀랄 정도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소비지출의 선행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지심리비수는 작년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자 9월의 96에서 12월에는 81까지 하락하였고 올 3월까지 바닥에 머물렀다.
그런데 3월 초 이후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세를 보이자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3월 84였던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98로 폭등하더니 5월에는 또 다시 105로 놀라울 정도로 상승하였다.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을 지속하자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고공행진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3월 초 이후의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실물경제에 근거하지 않은 버블이라는 데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시중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자산가격이 폭락하였는데 우리나라만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그 결과 자산가격이 폭등하는 버블현상이 발생하였다. 소위 ‘유동성 파티’를 우리 경제가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 ‘유동성 파티’의 중요한 메뉴 중 하나가 경제성장률인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내년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정부의 예상 수준인 4% 언저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내수의 성장이다. 그리고 내수가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자산가격의 버블이 계속 팽창하는 것이다.
요 며칠 솟구치던 주식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급락이 지속된다면 4분기 그리고 2010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유동성 파티’가 끝난 후의 경제성장률이 우리 경제의 참모습이다.
바야흐로 우리 경제가 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이라는 갑옷을 벗고 본실력에 의해 성장해야 하는 진검승부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최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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