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선일보>가 가장 잘 만들었다"
李대통령 기자회견서 '세종시' 제외한 '靑과 언론' 융단폭격
신문들 "청와대, 세종시 질문 사전차단"
1일 신문들은 진보-보수 구분없이 한목소리로 청와대가 이 대통령 기자회견 일문일답을 사전조율하는 과정에 세종시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청와대는 이날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대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를 '기본적으로 G20 관련 회견이고, 세종시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은 데다 회견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이유로 질문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관례에 따라 회견에 앞서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세종시 관련 질문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세종시 문제가 질문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이라며 “청와대가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릴 게 아니라 국민이 듣기를 원하는 내용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도 “7개 방송사가 동시에 생중계한 모처럼의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민감한 현안은 피해갔다"며 "최대 정치현안인 세종시 문제는 청와대가 난색을 표해 질문에서 배제됐고, 개헌에 대한 답변도 짤막한 원론적 언급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이 답변에 난색을 표해 문답이 오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 "한국언론들, 직무유기했다. 부끄럽다"
그러나 이날 어느 신문보다도 가장 신랄한 비판을 한 곳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은 다른 신문들이 언론통제를 한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과 대조적으로 청와대는 물론이고 청와대 통제에 굴복한 언론들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조선>은 이날 사설을 통해 "대통령 회견은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말하는 자리인 동시에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 하는 것을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 물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것이 언론사 기자들의 소임"이라며 "그러나 청와대 기자들, 바로 한국 언론은 이날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질타했다.
사설은 "청와대는 회견에 앞서 '대통령에게 세종시 관련 질문을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세종시 문제로 G20 회의 유치의 의미가 희석될까 봐 걱정한 듯하다. 대통령이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G20 회의 유치의 역사적 의미가 달라질 것은 없는데도 말이다"라며 "그러나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고 해서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물어보아야 할 기자들이 청와대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민 모두가 궁금해하는 세종시 문제를 대통령에게 단 하나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언론 직무의 포기였다. 조선일보도 그 잘못된 한국 언론 속에 포함된다"며 자사 출입기자를 포함해 모든 언론에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사설은 더 나아가 "과거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폴란드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그 자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국 기자들은 모든 질문을 르윈스키와의 불륜 스캔들에만 집중했다"며 "그것이 언론의 정도(正道)인 것도 아니고 언론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유세계의 언론이란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통령에게 대신 물어야 하는 법이다. 기자회견이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때 미국 기자들이 르윈스키 관련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이날 얼마나 우스운 나라가 돼버렸겠는가"라며 미국 예를 들어 다시 한번 한국언론들을 꾸짖었다.
사설은 청와대를 향해서도 "대통령은 기쁜 소식은 소식대로 전하고 언론은 국민이 묻고 싶은 걸 물어 대통령이 그건 그것대로 대답했더라면 이날 회견이 국민이 보기에 마치 무언가 빠진 것처럼 허전하고 이상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과 별도로, 강인선 정치부 차장대우가 기명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던 시절엔 청와대가 그래도 국민과의 소통에 대해 고민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요즘 지지율 50%라는 짙은 안개에 싸인 청와대는 시계가 흐려진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에겐 '중심'으로 가라면서, 청와대는 '변방'으로 가는 기자회견을 할 리가 없다"며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변방형 기자회견은 앞 정부에서도 흔히 봐왔다"며 "이 대통령 말대로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는 인식의 전환을 하려면, 그 첫걸음은 청와대 기자회견의 이 같은 낡은 방식부터 바꾸는 것이 첫 출발점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거듭 쓴소리를 했다.
이날 신문은 청와대의 언론통제를 비판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까지 함께 질타한 <조선일보>가 제일 잘 만들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