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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말 바꾸기'로 레바논 평화유지군 차질

이슬람 국가들만 참여 의사, 이스라엘 강력 반발

남부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려는 유엔의 계획이 유럽국가들의 '말 바꾸기'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유엔이 직접 유럽 국가들의 파병 확대를 촉구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말로만 '평화'를 외치는 유럽국가들의 적나라한 실체다.

유엔 "유럽 국가들, 국제 평화유지군에 참여해야"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유럽 국가들에게 레바논 파병 규모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유엔은 유럽 국가들이 파병을 주저하면서 레바논에 파견될 평화유지군의 상당수가 이슬람 국가 출신으로 구성될 경우 이스라엘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말록 브라운 유엔 사무총장 대행은 "유럽이 나서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양측이 만족할 수 있도록 레바논에 투입될 평화유지군이 다국적 군대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오는 27일까지 3천5백 명의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레바논에 파병할 예정이나, 지금까지 프랑스만이 4백명을 파병하겠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이 또한 종전 계획보다 축소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그래도 양반이다. 핀란드는 2백50명의 병력 파견을 약속했지만 오는 11월에야 파병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이탈리아는 파병을 약속하면서도 자세한 규모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후 최초로 이스라엘과 대치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독일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아예 파병을 포기했다.

이스라엘 "국교관계 없는 이슬람 국가의 파병은 거부"

이같은 유럽국가들의 파병 기피로 지난 17일 49개 회원국이 모여 레바논 파병을 논의한 결과, 파병 의사를 밝힌 나라는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국가들과 힌두교도가 많은 네팔뿐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즉각 "이슬람 국가가 주축이 된 평화유지군 파병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댄 길러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는 않는 국가들이 평화유지군에 포함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지 않고 있다. 길러먼 대사는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에게 이스라엘의 안전을 맡긴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유럽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한창일 때 즉각적 휴전과 유엔평화군 파견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정작 휴전이 성사되자 이런저런 이유로 파병대열에서 발뺌하려 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다시 분쟁이 일어난다면 상당 책임은 유럽국가들 몫이 될 게 분명해보인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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