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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2%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공감"

<토론회> “법조계 선후배는 오야붕-꼬붕 관계”

차관급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수뇌부가 구속된 '김홍수 게이트'를 계기로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2%에 달하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해 공감했고, 송사와 관련해 ‘판ㆍ검사에게 청탁을 하거나 청탁 사실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국민들 중 무려 73.4%는 “청탁이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집행위원장 이학영)는 8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법조분야 부패극복과 투명성 개선 토론회’를 갖고 이같은 법조비리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법조비리 근절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여론조사> 국민 56%, “법조종사자 윤리의식 없다”

투명사회실천협의회와 <한겨레신문>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전국 20살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의 ±3.1%) 결과, ‘법과 정의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3.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법조분야 종사자들의 윤리의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6.1%는 ‘윤리의식이 없다’고 답했다. 사법개혁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63%의 응답자는 ‘개혁의 성과가 없다’고 답했고, 이용훈 대법원장의 화이트칼라 범죄 단속 발언으로 법집행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6.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법조비리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3%가 ‘법조인들의 전문성과 우월의식에 기초한 폐쇄성’을 꼽았고, 이어 ▲부패통제시스템 결여(20.3%) ▲법조계의 개혁의지 부족(16%) ▲판ㆍ검사의 지나친 자유재량(14.1%) 순이었다.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는 법조비리 원인과 대책 토론회를 갖고 강력한 법 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뷰스앤뉴스


“법조계 선후배 관계, 변형된 오야붕-꼬붕의 관계로 설명가능”

국민들의 사법 불신에 대해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ㆍ학계ㆍ법조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법조 비리를 양산하는 현 사법시스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한편 현직 법조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법대 교수)은 “(법조계의) 전관예우나 전화변론, 관선변론 등과 같은 폐습은 변형된 오야붕-꼬붕의 관계 속에서는 얼마든지 설명가능한 현상”이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한 소장은 “선배 법조인, 특히 ‘모시던 부장’이나 ‘모시던 상급법조’는 옷 벗고 변호사가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에 대하여는 상급자”라며 “따라서 그의 지휘 혹은 그의 지도는 상당한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점은 관선변론의 관행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며 “선배법조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후배법조에 대하여 무언가 ‘선처를 부탁’하는 행위는 그 자체 청탁으로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의 처리에 대한 ‘지도’ 내지는 ‘참조’의 행위로 수용되며 이는 부탁하는 자뿐 아니라 부탁받는 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이같은 법조 비리 근절방안으로 비리에 연루된 판ㆍ검사에 대한 징계 강화와 여론에 관련비리 사실의 적극적 공개를 꼽았다.

사개추위는 법조 비리 근절방안의 하나로 현행 법관ㆍ검사징계법상(법관징계법 제5조1항, 검사징계법 제5조)의 징계위원회에 변호사, 법학교수 등 외부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 소장은 사개추위의 징계 절차 강화 방안에 대해 “외부인이 단순히 구색맞추기 수준으로 관여하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비리연루 판ㆍ검사 징계에 대한) 실질적인 배심 혹은 참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징계위원회의 회의 및 의사 결정내용은 언제나 공개되거나, 혹은 그에 관여하는 외부인들이 자신이 대표하는 집단의 의사를 회의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적 공개의 기회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이밖에도 ▲비위공직자 의원면직 특별법(비리연루 판ㆍ검사가 징계절차 도중 사표 제출을 금한다는 것이 골자) ▲일반인들의 법조비리 관련 진정ㆍ청원, 고소ㆍ고발 제도화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퇴직 판ㆍ검사가 2년 동안 관할지역 내 사건수임 금지 등의 법조비리 근절 방안을 제안했다.

한 소장은 그러나 근원적 법조비리 척결 장치로 ‘법률서비스 시장의 자유경쟁 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시장을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하면 그 내재적인 동력,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진입장벽의 해소는 사시 몇 회, 연수원 몇 기와 같은 서열의식조차 해소하게 되어 법조 내부에서 통용되는 불문적 관습들까지도 척결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퇴직 고위직 판ㆍ검사, 대형로펌ㆍ재벌 법무팀 취업 제한해야”

민경한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은 사법 비리를 양산하는 전관예우를 뿌리뽑기 위한 강도 높은 사법개혁을 주문했다.

민 위원장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법 실태를 들어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고위직(부장 판ㆍ검사 출신) 출신 판ㆍ검사의 경우 대형 로펌이나 재벌 기업의 법무팀 취업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개업 1, 2년 이내의 전관출신 변호사의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전관 출신변호사의 수임을 억제할 수 있는 간접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세무조사 강화도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이밖에 사법 제도개혁의 일환으로 이제껏 시민사회단체에서 줄곧 제기해온 ▲배심제 혹은 참심제 도입 ▲양형기준표 마련, 판결 공개 및 모니터링 강화 등도 주문했다.

한편 김상겸 ‘경제정의실천연합’ 시민입법위원장(동국대 법대 교수)은 법조비리 근절방안의 하나로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공수처가 신설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닌 외부의 독립된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공수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이 소속이 명시되지 않은 독립조직이 되어야 하고, 그 업무의 성격상 헌법기관인 감사원에 준하는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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