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경기도 의회...잿밥에만 관심
해외여행경비는 대폭 인상요구, 취약학생 무료급식비는 싹뚝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23일 예산결산소위원회를 열어 도교육청이 상정한 올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며 도교육청이 올린 초등학교 무료급식비 50%를 삭감했다.
이로써 진보성향의 신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오는 2학기부터 도서벽지 및 농산어촌, 도시지역 소규모(학생수 300명 미만) 학교 등 경기도내 400개 초등학교 학생 15만3천명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하려던 계획은 좌절됐다. 이들 취약지구 초등학교에 대한 무료급식은 김상곤 교육감의 선거 공약이었다.
도 교육위는 이와 함께 김상곤 교육감이 핵심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려던 학급당 25명, 학년당 6학급 이내의 혁신학교 운영비 28억2762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12명의 위원 중 최창의 위원장, 이재삼·조현무 위원 등 3명이 예산 삭감에 강력 반발해 퇴장하고 2명은 병으로 귀가한 가운데 남은 7명의 위원이 삭감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최창의 위원장은 24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감정에 치우친 예산 삭감으로 새로운 미래형 혁신학교에 대한 실험은 맥없이 무너졌다. 혁신학교를 지원하겠다고 한 교육청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졌다. 문화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농산어촌과 도시외곽의 소규모학교 어린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점심밥을 먹여보려던 소박한 꿈은 바싹 깨져버렸다. 모처럼 맞이한 공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와 교육복지 향상의 기회는 매정하게 꺾여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김상곤교육감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되었나? 1년이 되었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지 갓 한 달이 지났을 뿐"이라며 " 이제 막 의욕을 갖고 교육 희망과 교육복지를 향해 나서려다 넘어진 진보적인 교육감의 무릎을 무참히 꺾어버린 분풀이요, 화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교육위원들을 질타했다.
그는 "해맑은 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을 떠올리며 깊은 물음을 던져 보라"며 "2009년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 본회의에서 농산어촌 아이들의 무상급식비를 싹둑 잘라버린 당신은 정말 떳떳하냐?"는 질타로 글을 끝마쳤다.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도마위에 올랐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교육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교육위원들 중에서 과연 몇 분이나 도서벽지, 농산어촌에 가서 학생들과 같이 점심을 먹어본 사람이 있느냐고"라고 물은 뒤, "만일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교육자라면 도서벽지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처럼 자신의 주머니라도 털어서 눈물어린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신임교육감이 어렵게 재원을 만들어서 한 무료급식 재원을 반으로 뚝 잘라버린, 그래서 15만 4천명이 다시 눈물어린 점심을 먹게 만든 이 교육위원들을 어떻게 이해할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교육위를 통과한 예산삭감안은 도의회에서 재심을 하게 돼 있어, 도의회가 과연 어떤 결정을 할지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경기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무료급식 예산 삭감을 비난하는 도민들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다음은 최창의 위원이 올린 글 전문.
저는 경기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인 최창의입니다
<어제(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 추경예산 심의과정에서 학생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막아내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최종 예산안을 의결하는 본회의장에서 삭감에 앞장선 동료교육위원들에게 발언한 내용 전문입니다.>
경기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인 저 최창의는 지난 15일부터 열린 경기도교육위원회 200회 임시회에서 예산결산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여느 시기와 달리 진보적인 새 교육감이 당선되어 공약사업을 반영한 경기도교육청 제2회 추경예산 심의라서 난항이 예상되기에 위원장을 피할까 하는 잠시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그 일을 감당하는 자가 되자는 각오로 부족한 제가 예결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예상하고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경기도교육청의 추경예산 심의 과정은 참으로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김상곤 신임교육감의 공약이나 핵심 추진사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성 질의와 독설에 가까운 비난이 계속되었지요. 전임 교육감 시기에는 전혀 볼 수 없던 교육위원님들의 맹목적인 활약에 허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무상급식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고 옷을 벗으라고 추궁당하는 공보담당관의 모습은 가엽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예결위원장을 사퇴하면서까지 새교육감이 이제 사업을 갓 시작한 지 1개월 남짓 흘렀기에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기본적인 사업을 추진할 최소한의 예산만이라도 남겨둘 것을 간곡히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교육위원님 중의 상당수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라 할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 감정적인 삭감의 칼날을 사정없이 내려쳤습니다. 결국 혁신학교 추진사업비 28억원 전액이 삭감되고, 도서벽지와 농산어촌, 도시 300명이하 소규모학교 초등학생 무상급식비 171억원 중 50%인 85억원이 잘리워졌습니다.
이제 감정에 치우친 예산 삭감으로 새로운 미래형 혁신학교에 대한 실험은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혁신학교를 지원하겠다고 한 교육청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문화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농산어촌과 도시외곽의 소규모학교 어린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점심밥을 먹여보려던 소박한 꿈은 바싹 깨져버렸습니다. 모처럼 맞이한 공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와 교육복지 향상의 기회는 매정하게 꺾여버렸습니다.
이제 우리가 좀더 신중하고 교육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행위를 두고 비판과 질책의 목소리는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만 해도 사상 유례없이 무려 300건에 가까운 비난 글들이 쉴새 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교육위원회의 부당한 심의권 남용에 대해 우리는 많은 질타와 항의를 감수해야 할 줄 압니다.
무엇 때문에 그처럼 신임 교육감이 적극 추진하려는 사업을 잘라내었습니까? 그렇게 해서 어떤 결과를 바라십니까? 김상곤교육감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혀 무엇을 바랍니까?
저는 어릴 때 제대로 걷지 못하면 어머니가 손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제가 평교사를 하던 때에는 넘어지는 아이를 붙잡아 일으켜 세우라고 가르쳤고 저도 그렇게 실천하며 살려고 애썼습니다.
김상곤교육감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되었습니까? 1년이 되었습니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지 갓 한 달이 지났을 뿐입니다. 그러면 교육행정을 추진하는데 미숙함과 실수가 있겠지요. 현장의 정서와 의견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교육경륜과 경험, 교육철학을 가진 교육위원 여러분이 이번 예산심의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 어머니의 자애로운 이끌어줌도, 교사의 애정어린 일으켜 줌도 아니었습니다. 이제 막 의욕을 갖고 교육 희망과 교육복지를 향해 나서려다 넘어진 진보적인 교육감의 무릎을 무참히 꺾어버린 분풀이요 화풀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경기도교육위원 여러분, 저도 한 사람의 교육위원으로서 거듭 진정으로 여쭙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엇을 바라십니까? 경기교육의 안정과 전진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경기교육이 무릎이 꺾이고 팔이 꺾여 식물인간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새로운 미래의 희망이자 꿈나무인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교육을 안겨주려고 이러십니까? 해맑은 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을 떠올리며 깊은 물음을 던져 보십시오. 2009년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 본회의에서 농산어촌 아이들의 무상급식비를 싹둑 잘라버린 당신은 정말 떳떳하십니까?
2009년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 추경예산안 심사의결 본회의장에서
경기도교육위원 최창의(고양,파주,김포지역)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