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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나는 탈당 안해. 싫으면 그들이 나가야"

김근태 등 반노계에 사실상의 탈당 요구, '친노-반노 전면전' 돌입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생각이 없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 등 비노-반노파 의원들에게 탈당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당-청 전쟁'이 열린우리당 헤게모니를 둘러싼 전면적 '친노-반노 전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盧 "대통령 때려서 잘된 사람 하나도 못봤다"

5일 청와대 관계자 말을 빌은 <한겨레신문>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직후 청와대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일각의 탈당 촉구 언급에 대해 "나는 절대 탈당할 생각이 없다"며 "싫으면 그 사람들이 당을 나가면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현 상황을 `권력투쟁'으로 지칭하고, "대통령을 그렇게 때려서 잘 된 사람 하나도 못봤다"며 여당에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노 대통령은 김병준 파문과 관련해서도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진 마지막 카드로 이를 흔들고 무력화시키면 안된다"며 "마음이 맞는 사람을 기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 직후 이병완 실장과 박남춘 인사수석은 3일과 4일 잇따라 말문을 열고 `문재인 비토론' 등에 대해 `대통령 인사권 침해'로 규정하고 여당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을 거부하고 김근태 의장 등 반노파에게 탈당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근태 등 비노-반노계에 대한 사실상 출당 요구

이같은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는 김근태 당의장 등 비노-반노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사실상의 출당 요구로 해석가능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열린우리당을 누가 만들었는데..'라는 '주인의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 개개인이 잘해서 뱃지를 단 게 아니라, 자신의 정치도박의 결과로 대다수 의원들이 뱃지를 달 게 된 것인데 지금 와서 누구보고 나가라는 거냐는 불만 토로로 해석가능하다.

동시에 이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붕괴될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의 결과물로도 풀이된다. 친노의원들 일부를 갖고 신당을 만들 수도 있으나, 이는 '미니신당'으로 향후 대통령선거 및 총선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강공을 펼 경우 김근태-정동영계 등이 쉽게 당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들이 당을 떠나 신당을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물적 재원 등이 필요한데 이를 조달할 능력이 이들에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노대통령이 "대통령 때려서 잘된 사람 하나도 못봤다"고 한 발언은 앞으로도 정권 재창출 차원의 '노무현 죽이기'를 용인할 생각이 전무함을 드러낸 것이어서, 친노-반노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노-반노계 "절이 싫으면 주지를 갈아치우면 된다"

비노-반노계는 이같은 대통령 발언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려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6일 노대통령과 김근태 의장 등 열린우리당 수뇌부간 회동을 앞두고 '기선'을 잡겠다는 게 아니냐는 풀이다.

이들은 현시점에서 노대통령의 탈당을 바라진 않고 있다. 그대신 당정청의 주도권을 '당'이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식의 초강수로 대응하고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김근태계의 한 의원은 5일 "절이 싫다고 왜 중이 떠나나. 주지를 갈아치우면 되지 않나"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예상했던 상황 전개 중 하나라는 반응이다. 그는 "칼을 한 번 뽑은 이상 그냥 넣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면전을 치룰 용의가 있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김근태계를 필두로 반노파가 7.26재보선후 청와대와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나돌아왔다.

실제로 7.26 재보선 참패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김근태계인 문학진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정계개편을 위해 필요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노무현 탈당'을 공론화했다. 그는 다음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 민심이 반영된 이런 선거결과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정말 나서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고 사과해야 된다"며, 노대통령 탈당 요구 시기와 관련해서도 "필요할 경우 지금 당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시작한 친노-반노 전쟁으로 정계개편 시기가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박태견,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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