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 "봉변 당하기 전에 전기총 사야겠다"
"인터넷 저질들, 한마디로 더럽고 비겁해"
김 고문은 왜 이런 살벌한 제목을 붙였는가를 도입부에서 밝혔다.
김 고문은 "자신의 승용차에 손도끼를 싣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대형차나 버스들의 횡포에 여러 번 시달린 경험을 하고 난 뒤 그런 일을 또 당할 때 쓰려고 그런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스가 자기 차를 밀어붙여 중앙선을 넘게 하거나 다른 차와 추돌하게 만든 경우가 있어 시비 끝에 도끼로 버스의 백미러를 박살낸 적이 있다고 했다"며 "그는 '아주 유용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자기 차에 골프퍼터를 싣고 다닌다"며 "그분도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어린 학생들을 타이르다가 큰 봉변을 당한 적이 있어 다시는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고 퍼터를 갖고 다닌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나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있다. 주택가 네거리에서 우회전하려고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대여섯 명의 여중학생들이 건널목의 초록신호가 빨간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자기들끼리 떠들고 장난치며 건너기에 '학생들 좀 빨리 가지'라고 한마디했다"며 "그랬더니 그중 한 명이 할아버지뻘인 내게 다가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며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는 것이 아닌가"라며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이런 경우들은 단순히 무례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넘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갖게 하고 실제로 위해를 가하는 준(準)범죄적 양태들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 또는 치안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말하자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연장자에 대한 예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규범의 문제라기보다 일종의 형사적 범법(犯法)의 차원에서 다룰 문제라는 얘기"라며 형사적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네티즌에게 돌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우리는 비참하리만치 비겁하고 상스럽고 악에 받치고 약 올리는 대화들을 목격한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당하는 봉변과 모욕과 폭력은 여기에 비하면 유치하리만치 급(級)이 낮다"며 "거리의 무뢰한이나 깡패는 보이기나 하고, 정 죽기살기로 나서면 한 번 붙어볼 수도 있다. 누구처럼 도끼나 골프퍼터로라도 어떻게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저질들은 보이지도 않고 총이 있어도 쓸 수가 없다. 잡으려 해도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한마디로 더럽고 비겁하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언필칭 법(法)이 있다고 한다. 법?"이라고 반문한 뒤, "도끼를 휘두르고 골프퍼터를 내려치면 경찰에 끌려가는 사람은 그 사람이다. 조상 3대에 걸쳐 상소리로 막가는 욕을 해도 잡혀가는 사람은 욕을 견디다 못해 주먹을 날린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욕은 아무리 거칠어도 폭력이 아니고 주먹은 아무리 가벼워도 폭력이란다"라며 현행법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는 길은 각자 스스로 자기를 지키는 길뿐"이라며 "또다시 젊은 애들한테 봉변을 당하기 전에 나도 방어용으로 진짜 총처럼 생긴 전기총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김 고문의 글은 전기총 장만을 주장할 정도로 <조선일보>가 네티즌 등 젊은 세대와 얼마나 큰 적개심 및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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