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김대중 "정권도 '장자연 사건' 즐기는듯"
진중권 "김 고문, 사장 야간일정까지 챙기는 것 아니잖나"
김대중 "정권도 이 '장자연 사건'의 진행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김 고문은 이날자 칼럼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를 통해 '장자연 문건'과 관련, "그 문건이라는 것에는 아무런 정황이나 구체성 없이 조선일보의 한 고위인사가 온당치 않은 일에 연루된 것처럼 기술돼 있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그것은 단지 그 특정인사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조선일보 전체 기자와 직원들의 도덕성과 명예에 관한 문제이고 더 나아가 조선일보라는 신문 그 자체의 존재가치에 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어 "그래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경찰이 빠른 시일 안에 사실 여부를 명쾌히 가려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동안 조선일보에 악의적인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호재를 만난 듯 이런저런 흠집내기에 몰두했어도 조선일보는 사필귀정을 믿으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경찰은 무엇 하나 밝혀낸 것이 없다"며 경찰을 비난한 뒤, "참다 못했는지 야당의원들이 하나 둘씩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확인도 안된, 근거없는 말들을 뱉어내고 매체들은 이들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면과 방송에 옮기는, 짜고 치는 듯한 게임이 연출되기 시작했다"며 야당의원들과 타언론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조선일보 입장에서 보면 경찰도, 어느 의미에서는 정권도 이 '장자연 사건'의 진행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며 "그래서 당국의 무능과 무력, 또는 관음증(?)이 사태의 '주연' 같고, 일부 '안티 조선'의 조바심이 '조연'처럼 보였다"며 이명박 정부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는 동안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조선일보 인사'에 관한 루머는 퍼질 대로 퍼졌다"며 "심지어 미국의 교포 방송이 불어 대서 미국으로부터 "정말이냐?"고 문의전화가 왔다. 조선일보 기자들끼리도 계면쩍어하고, 친구 친척들까지 물어온다. 정말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고소해하는 사람도 있고 재미있어하는 사람도 있다"며 난감한 상황을 실토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누구든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것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조선일보 차원에서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고 그 상황에서는 조선일보 측의 결백을 믿어온 임직원부터도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이 터무니없는 모함과 모략, 그리고 그에 편승한 권력적 게임의 소산으로 밝혀지면 그것을 주도하거나 옮기거나 음해한 측 역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야 공평하다"며 엄정처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진중권 "김대중, 스스로 자뻑"
김대중 고문의 칼럼에 대해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즉각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진 교수는 이날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자뻑'이란 글을 통해 김 고문이 칼럼에서 '실명보도' 자제를 촉구한 데 대해 "강호순 사건이 났을 때 조선일보는 그의 이름과 사진까지 공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아무 이유 없이 법을 어겼던 조선일보가 자사의 우두머리 앞에서는 갑자기 논조를 바꾸는군요"라고 비꼬았다.
그는 김 고문이 장자연 리스트를 "근거없는 리스트"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도 "과연 그럴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그 리스트는 그냥 리스트가 아닙니다. 한 연예인이 자기의 목숨을 끊기 전에 쓴 것입니다. 그 여인은 (문서에 기록된 그 내용이 아니라면) 조선일보나 스포츠조선의 사장에 대해서 사감을 가질 이유도 없고, 나아가 그 리스트로 공갈이나 협박을 하여 사익을 취할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 그가 왜 그런 내용을 글로 남겼을까요?"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 마디로, 우리는 한 여인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전에 작성한 그 문건에 기록된 내용이 김대중 칼럼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면, 조선일보에서는 장자연씨가 목숨을 버리기 전에 왜 허위진술을 해야 했는지, 가능한 시나리오라도 제시해야 합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지금은 주제 넘게 김대중 고문이 나설 때가 아닙니다. 김대중 고문이 사장님들의 야간 일정까지 늘 함께 챙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좀 빠져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비아냥댄 뒤, "김대중 고문이 저런 칼럼을 쓰는 것을 보니, 경찰에서 대강 덮어두고 넘어가려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정권이 끝난 다음에라도 언젠가 재수사를 하여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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