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국채 발행을 실패하다니...충격과 공포!"
[송기균의 '마켓 뷰'] 초인플레 우려와 영국 미래 불신 확산
영국 국채발행 실패에 대한 해외 주요언론의 반응이다.
3월25일(현지시간) 영국정부는 경기부양에 쓸 재원조달을 위해 17억5천만 파운드 규모의 4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입찰을 실시하였으나 투자수요 부족으로 발행에 실패하였다. 영국 정부가 정규 국채발행에 실패한 것은 1995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 충격으로 10년 만기 영국 국채 수익률은 한때 전일보다 0.07% 오른 3.38%까지 치솟기도 하였다. 이는 같은 날 미국에서 실시된 340억불 규모의 5년 만기 재무성증권의 입찰에도 영향을 미쳐 예상 외로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 10년 만기 재무성증권의 수익률은 2.78%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주 2.5%에 비해 큰 폭의 상승이다.
더 큰 우려는 영국 정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정책이 재원조달 어려움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국과 미국은 경기부양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인데, 이번 국채발행 실패로 투자가들의 장기국채 기피 심리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날 영란은행이 국채 매입을 위한 또 다른 입찰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국채 수익률은 안정을 찾았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국채를 발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은행을 통해 국채를 되사는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정책은 바로 미국과 영국 정부가 금년 들어 시행하고 있는 극단적인 통화정책(unconventional measure)이라 불리는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이다.
두 나라가 정책금리를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추었음에도 경기하강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화폐를 추가로 발행하여 금융시장에 공급하려는 정책이 바로 양적완화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하면 금융 시스템에 통화를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국채 수익률이 낮아져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한 금리부담이 줄어든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위한 재원조달을 화폐발행에 의존하므로 양적완화정책에는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장래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장기국채의 수익률은 오르고 국채 가격은 하락한다. 수익률이 오를 때 만기가 길수록 가격하락폭이 더 커지므로 장기국채의 투자위험이 더 커진다. 40년 만기의 경우 수익률이 0.01% 오르면 가격은 0.17% 하락한다.
양적완화에서 파생되는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30년 만기 국채 가격이 금년 들어 영국은 9% 하락하고, 미국은 15% 하락하였다.
이번 40년 국채발행의 실패도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하락 위험이 커진 장기국채를 투자가들이 기피한 때문이다.
장기국채 발행의 실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영국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극단적인 통화정책인 양적완화가 이번 사건으로 어떻게 수정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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