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부동산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송기균의 '마켓 뷰'] 제2의 은행 부실 뇌관 우려
도이체방크 자료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내 상업용 부동산 대출증권의 부도율이 이번 달 1.8%를 기록해 작년 9월과 비교할 때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급등하였다.
1.8%의 부도율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긴 하나 부실화 진행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도율 급등의 주요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이다. 상업용 부동산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은행들의 대출심사는 계속 강화될 것이므로 부도율 상승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07년의 정점 대비 35~45%의 하락이 예상된다. 이 예상을 근거로 추정한 결과 2012년까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증권 총액 7천억불의 30% 이상이 부실화된다. 부실화된 후 은행이 확보한 담보를 처분하여 회수하는 금액을 제외하고도 1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으로는 700억불이다.
참고로 대출증권이란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하고 나서 그 대출을 증권화하여 투자가들에게 매각한 것으로 그 시장규모가 7천억불에 달한다.
은행과 저축기관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증권화하지 않고 담보대출 형태로 보유한 금액도 5천245억불이나 된다. 이 대출의 연체율은 5%로 대출증권 부도율 1.8%보다 2.5배 이상 높다. 당연히 향후 발생할 부실금액도 훨씬 클 것이다.
이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 그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작년 상반기까지도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시가의 90% 이상의 금액을 대출하였다. 게다가 앞으로 상당기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만기 시에 은행들이 재대출을 거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현재는 은행들의 대출심사가 엄격해져서 부동산 시가의 65% 선에서 대출이 실행된다. 참고로 이 대출은 전액 2012년까지 만기가 도래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곳은 은행이다. 은행들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입게 될 손실액이 2천500억불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는 기관도 있다. 사태가 그 정도로 악화될 경우 700개의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부실만으로도 파산에 이르게 된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은 은행 부실화의 제2의 뇌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유다.
은행들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도 진행 중이다. 현재 시행 중인 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의 지원대상에 상업용 부동산 대출증권을 포함시키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TALF의 최장 만기가 3년인데 상업용 부동산 대출증권의 만기는 통상 10년이다. TALF의 만기가 도래한 뒤에도 처분이 어렵다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증권의 매입에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TALF의 지원대상이 주택담보대출에서 신용카드 등 소비자 금융으로,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재원규모는 그대로다. 결과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증권의 매입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는 눈앞까지 닥쳤는데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서브프라임이라는 주택 부동산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금융공황의 제 2 라운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기업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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