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회장의 한마디에 10일(현지시간) 뉴욕주가가 올 들어 최대 폭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379.44포인트(5.80%)나 상승한 6,926.49로 마감, 6,900선을 회복했다. 이날 다우지수의 상승폭은 작년 11월21일 494.13포인트(6.54%) 상승한 이후 3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S&P 500 지수도 43.07포인트(6.37%) 오른 719.60으로 거래를 마쳐 700선을 회복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도 1,358.28로 전날보다 89.64포인트(7.07%)나 상승했다.

이날 주가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한 뒤 씨티그룹의 실적 호전 소식으로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다소 진정되면서 상승폭이 갈수록 확대됐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지난 1∼2월 83억달러의 세전이익으로 2007년 3·4분기 이후 최고의 분기실적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이런 이익을 잠식할 수 있는 금융손실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팬디트 발언이 전해지자 금융주를 중심으로 폭등했고 씨티그룹 주가도 38%나 폭등한 1.45달러로 거래가 마감됐다. 이밖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8%, JP모건체이스 23%, 웰스파고 18% 등 여타 금융주들도 급반등했다.

시가평가제 완화 발언도 주가 폭등에 불을 붙였다. 벤 버냉키 미연준(FRB) 의장은 이날 미 외교협회(CFR) 초청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종전에 강력 반대해온 시가평가제 완화에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금융시장이 붕괴위기에 직면하자, 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시가평가제를 포기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그는 또 대형 금융기관들이 망하게 나두지 않겠다며 무제한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금융시스템이 질서를 회복한다면 미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침체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내년에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다.

미 하원 금융위원회의 바니 프랭크 위원장도 시가평가제 완화에 찬성하고,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방지하는 업틱룰(Uptick rule)을 한달내 부활시키겠다고 밝혀 증시에 기름을 부었다.

IT주도 모처럼 반등에 성공, 하이닉스와의 특허분쟁 해결 소식이 전해진 램버스가 11.2% 올랐고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는 6.6%, 인텔은 10.9%, 마이크로소프트(MS)는 9.6%씩 각각 상승하는 등 기술주들도 반등했다. 디폴트설에 시달려온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제너럴모터스(GM)도 각각 19.7%, 12.5% 등 오랜만에 반등했다.

유럽 각국의 주가도 대반등,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지수는 4.88% 상승한 3,715.23,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지수는 5.28%오른 3,886.98,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지수는 5.75% 오른 2,663.68을 각각 기록했다.

말 그대로 씨티 회장의 한마디가 세계증시를 폭등케 만든 셈이다. 그러나 헤지펀드인 찰스 스왑의 거래책임자인 랜디 프레드릭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형 금융기관 지도자들의 말은 약간 의심을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과거에 사교적인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씨티는 이번 금융 붕괴의 상징(poster child)"이라며 씨티 발표에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지금 씨티를 비롯해 AIG 등 월가의 대형금융기관들이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것은 영업이익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천문학적 금융손실을 입게 됐기 때문으로, 금융손실 규모를 밝히지 않고 영업이익만 발표한 씨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월가의 이같은 의문은 월가 의심대로 씨티가 커다란 금융손실을 입었음이 드러난다면 곧바로 뉴욕주가의 대폭락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