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S 공포'에 좌불안석
박순자 "환율폭등으로 물가폭등", 정치-사회불안 확산 우려
박 최고위원은 이 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상승했다"며 "설탕값과 밀가루값이 오르고 음료수, 빵, 과자 등의 가공식품 등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고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우려했다. 그는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생필품 가격의 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물가폭등 주범이 '환율'임을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환율폭등으로 물가가 오르면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서민들로서는 생필품 가격마저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발발을 우려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 "외환당국은 환율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만 강조해서는 안된다"고 꾸짖은 뒤, "당도 물가안정을 위한 공공서비스 요금 억제와 유통과정간에 물가상승 요인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박 최고위원이 최초로 공론화했으나, 한나라당 내부에서 최근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 우려다. 국민들의 소득이 마이너스로 격감하고 있으며 정부가 잡 셰어링을 통해 임금 삭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마당에, 물가마저 급등해 이중으로 생활에 타격을 가하는 남미형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국민들의 불만이 비등하면서 정치-사회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경기침체야 세계 각국이 다 겪고 있는 것이기에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으나 물가 폭등만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현상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국민들이 과연 언제까지 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뛰어오르는 이중고에 인내할 수 있겠냐"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그는 "정말로 남미에서만 목격되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발한다면 세간의 여론은 심각하게 돌아갈 위험성이 크다"며 "이는 앞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재보선과 지방선거 등에게 여당에게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딱히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지금 정부당국은 지난주에만 4차례나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 폭등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으나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공세 등이 계속되면서 환율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북한의 무력 도발 경고 등으로 한반도 리스크가 높아지고 일각에선 국가신용등급 하락 얘기까지 나돌면서 환율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부여당 수뇌부는 애써 당면한 위기를 '일시적 혼란'으로 치부하고 있으나, 물밑에선 소장개혁파 등을 중심으로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제반정책의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외부위기는 어쩔 수 없으나 대북정책 등의 수정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당내 주류 분위기에는 전혀 변화의 조짐을 감지할 수 없어,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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