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 "한국경제 위기는 신뢰 위기"
윤증현과 외신 간담회, 한국 경제-정책 비판성 질문 쇄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4일(현지시간) 기사 제목이다.
신문은 기사에서 "한국의 원화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자 한국 관리들은 비판적 보도에 반박을 하고 긍정적인 뉴스를 퍼뜨리는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찾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투자자들의 우려는 한국 은행들의 외채로 모아지고 있다. 떨어지는 원화 가치가 상환을 더 어렵게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에 한국 은행들의 건전성을 알리느라 기진맥진해질 정도다. 애널리스트들에게 한국 재무건전성에 관한 e메일 자료를 뿌리고 언론에는 뉴스 보도에 반박하는 주장을 배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이같은 대응은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부를 바라보는 외국언론의 차가운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기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5일 외신들의 잇따른 한국경제 위기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급마련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에서도 외국언론들이 한국경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극명히 드러났다.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WSJ>를 비롯해 AP.AFP.로이터.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아사히신문.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외신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들의 질문 자체가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계 시선이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위기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나", "미국.일본.유럽이 다 안 좋은데 봄이 올 수 있다고 보나",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정부의 성장률 예상치와 민간 경제연구소와 너무 괴리가 크다", "동유럽 위기의 영향은 없다고 보나", "지불 능력에 대한 의문이 있다" 등등, 한국정부의 낙관론에 대한 의문이 무더기로 제기됐다.
"시장친화적인 정부라고 하는데 해고를 못 하게 하는 것이 잡셰어링이 아닌가. 언제 기업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나"라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외환시장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이라는, 현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따른 한반도 리스크 고조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윤증현 장관은" 세계경제를 다들 비관적으로 보는데 나는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 한 국가만 부양책을 쓰는 게 아니라 모든 국가가 공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우리 수출 시장도, 품목도 다변화돼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나라다. 지금 계획한 대로 착실하게 대처하면 국제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회복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할 자신이 있다"는 낙관론으로 일관했다.
윤 장관은 잡셰어링 비판에 대해선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잡셰어링은 정부가 기업에 인센티브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지 강요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자본주의 시장경제이고 정부가 강요한다고 해서 잡셰어링을 할 수는 없다. 결정은 당해 기업과 근로자들이 한다. 해고는 지금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무력도발 경고에 대한 외신의 우려에 대해선 "외국인투자자를 비롯해 해외시장에서 한반도를 보는 측면에서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6자회담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넘어갔다.
그는 지불 능력 의문에 대해선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대외 지불능력 방어막이 확실하다. 2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있고 미.일.중에 대해 9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가 있고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은행 지급 보증이 있다"며 "여러 가정하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보니 아주 최악의 경우를 가상해봐도 충분한 지급능력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예정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2시간여동안 계속된 윤장관과 외신간 질의응답은 나라경제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 직접 외신과 소통에 나섰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하지만 과연 윤 장관이 외신들의 의구심어린 궁금증에 속 시원한 대답을 줬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외신들이 이날 간담회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앞으로 나올 기사들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이날 상당 부분, 질문과 답이 어긋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