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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편에 서서 삶의 질 높이겠다"

<현장> 이명박 수해복구 현장서 출사표 피력

22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수혜복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00일 대장정에 자극을 받은 듯 복구지원 현장에서 연이틀 쉼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진흙투성이 보라색 장화를 신었지만 그는 묵묵히 땅에 붙어 일을 하는 손지사와는 일하는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다. 평소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그는 자원봉사에 나선 팬클럽 '명사랑' 청년 80여명을 지휘해가며 첫날 농가 하나를 완전히 복구시켜냈다.

일본에 전량 수출된다는 파프리카 농가가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현장에서 그는 연신 "와서 뭐를 끝내 놓고 가야지"라며 잔소리를 했다. 산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농가 주변을 둘러치는 사방공사도 주인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덤으로 완성시켰다.

당초 이 전 시장은 퇴임 20여일만에 고향인 포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수해가 나자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혜가 났는데 고향을 갈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평창군 진부면 수해복구 현장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팬클럽 '명사랑'회원들과 함께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 뷰스앤뉴스


저녁에는 의료 지원센터와 이재민들의 거처가 임시로 마련된 읍내 한 고등학교를 들렸다. 체육관 바닥에 국 한 그릇과 김 한 봉지를 놓고 아이의 허기를 달래주던 할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명사랑 회원 중에서 수지침 봉사자들이 이 전시장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손에 온통 침을 꽂고 있는 노인과 악수하려 했으나 주변에서 말렸다.

이 전 시장도 식판에 밥을 받아 허기진 배를 채웠다. 장아찌에 오징어채 무침, 김치 그리고 밥과 국이 모두였으나 후닥 먹어치웠다.

진부 고등학교 이재민 수용소를 찾아 이재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 뷰스앤뉴스


얼마 만에 이런 일을 해보느냐고 묻자 "오랜만인데 모르겠다. 보통은 왔다 갔다 하니까 형식만 차린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명사랑 숙소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이 전 시장을 따라 뒷자리에 앉았다. 한나라당이 수혜현장 인근에서 골프를 치고 주점에 가 파문이 인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말 딱한 사람들"이라고 탄식했다.

이날 이 지역에 GS, 삼성 등 가전회사가 수리 지원에 나선 데 대해서는 "경쟁적으로 나선 것은 좋은데 다 떠내려가서 뭘 고칠 것이 있어야 말이지"라고 은근 슬쩍 한마디 하기도 했다.

버스 창밖으로 다리 반쪽이 끊어진 것을 보고 현대건설 출신답게 "여기 다리는 (아치형으로) 구부려 지어야 하는데 저렇게 지으니 떠내려 갈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자연스럽게 그의 최대 공적인 청계천 복원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청계천은 국제 기준의 10배 이상으로 높여놔서 돌 하나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은연중 자랑했다.

이날 고건 전 총리의 팬클럽 '우민회'도 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들이 왔다고 하자 이 전 시장은 "어디 왔어 ? 나는 못 봤어"했다. 별로 신경 안쓴다는 분위기였다. 손학규 전 지사의 100일 대장정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수해복구 작업 중 새참으로 빵을 먹고 있다ⓒ 뷰스앤뉴스


숙소에 내려 인원점검을 하는데 이 전 시장이 연단으로 뛰어올랐다. '교장선생님'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한마디 하겠단다. 정말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만 했다. 그리고는 누구나 할 말이 있으면 연단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봉사단 여학생들에게 치약까지 챙겨준 그는 경선을 치르면서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당은 일단은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수박을 먹으면서 '명사랑'과 간담회를 가진 그는 "우리사회가 갈등이 많은 것 같지만 우리가 목표만 분명히 세우면 세대 간 갈등이나 지역간 격차를 뛰어넘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장공관을 나와 가외동 한옥집으로 이사 간 이야기도 했다. 입주하던 날 팬클럽이 몰려와 소음으로 민패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했다고 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사시는 분들이 나와 우리 집에도 들러 달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했다. 그는 또 "가외동에 사는 것이 문지방 너머로 소리가 들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듣더라"며 이를 "한옥집 생활의 불편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이 땅의 노동자의 어려움을 아는가 하면 재래시장상인 중소기업인들의 애로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운동권에서 시작해 기업인으로 정치인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결론은 약자편에 서서 삶의 질을 높이고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즐거움이 되는 것"이라며 "저는 기회가 되면 그 일에 모든 것을 던져서 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치 대선 출사표 같았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일어서는 그에게 최근 읽은 책이 뭐냐고 물었다. "최근 전문서적들을 읽지만 지금 잡고 있는 책은 <대적의 문이 열린다>라는 책"이라고 했다.

작업후 장갑을 빨아너는 이 전 시장.ⓒ뷰스앤뉴스


이틀째 되는 날은 침수가옥 한 곳으로 향했다. 기자가 무릎까지 빠지는 뻘을 걷어내기 위해 잠시 삽자루를 잡았으나 그는 "삽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웃었다. 그는 빵과 두유가 새참으로 나오자 면장갑부터 물에 빨았다. 주변에서는 "일해 본 사람은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포항 포스코 건설노조의 점거사태에 대해 묻자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을 피하다가 "자진해산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 시장은 올해 8월까지는 국내에서 정책투어를 하고 이후부터는 해외에도 다녀올 생각이라 했다.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서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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