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의 경고, "준공황에 빠져들 수 있다"
"영국 국가파산할 수도", "눈앞에 다가온 위험 예측불허"
미국 지방은행들의 연쇄도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미국정부가 씨티 등 거대 상업은행 도산을 막기 위해선 거액을 쏟아붓고 있으나, 지방은행들까지는 챙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월가에서는 올해 500여개, 최악의 경우는 지방은행 1/3이 파산할 것이란 최악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루비니 "준공황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비관론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교수(50)다. 그는 현재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많은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연일 세계언론들이 그를 인터뷰하고 있으며, 포럼 참석자들도 그의 한마디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가 2년전 세계금융공황 도래를 경고했을 때 면박을 주었던 이들조차 이제는 싹 달라졌다. 2년전 다보스포럼 토론때 루비니의 경고를 면박주었다가 지금은 1천억달러의 정부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AIG그룹의 부회장 야곱 프랜켈은 <블룸버그>와의 3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루비니는 당시 지적으로 용감했고 정확하게 핵심을 짚었다"고 루비니에게 공개사과했다.
그는 다보스에서 연일 '제2차 쓰나미' 경고음을 내, 참석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그는 29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선 씨티 등 대다수 글로벌 상업은행들이 이미 파산상태에 빠져 국유화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강조하며 "은행을 국유화해 전체 금융시스템을 대수술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또다른 자산, 신용, 레버리지 거품이 출현하고, 이는 대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국제적 자본이동을 통제하는 새로운 국제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핫머니 통제 필요성을 강조한 뒤, "세계경제가 잘못 대응할 경우 `준공황(near-depression)`에 빠져들 수 있다"며 '준공황'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영국도 국가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루비니는 같은 날 경영전문지 <포브스>지 기고문을 통해선 영국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 영국 및 세계를 발칵 뒤집기도 했다. 금융산업 의존도가 절대적이고, 부동산거품이 미국보다 심각한 영국이 붕괴할 경우 영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금융공황 '2파'가 밀려들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이 막대한 대외 부채와 외환 유동성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아이슬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영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GDP의 40% 수준으로 낮지만, 부실 민간은행을 국유화하면서 떠안은 대외 부채가 글로벌 신용경색과 맞물리면 국가 부도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영국 시중은행들이 해외에 진 빚은 국가 GDP의 2배가 넘는 4조4천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영국의 외환보유액은 610억달러 미만으로, 미연준과 체결한 통화 스왑 한도인 400억달러를 더하더라도 1천억달러 규모에 불과해 국가부도 위기에 노출된 상태다. 또한 영국민의 23%가 더이상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선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돼, 향후 엄청난 금융부실 발발을 예고하고 있다.
"나는 영원한 비관론자가 아니나..."
루비니는 30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선 "눈앞에 다가온 디플레이션의 위험은 예측불허"라며 극한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나는 영원한 비관론자가 아니다"라면서 "나는 앞으로 가장 먼저 경기회복을 알리는 사람이 될 것이나, 아직까지 내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IMF가 최근 2조2천억달러로 상향조정한 글로벌 금융부실 규모를 일축하며, 3조6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올해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루비니는 연일 공포스런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의 전망에 반론을 펴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물 세계경제가 그가 예견한 최악의 상황으로 급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루비니 "경제학은 세계를 바꾸는 도구"
루비니는 어떤 인물인가. <블룸버그> 통신은 30일 그의 이력을 추적했다.
루비니는 양탄자를 수출입하던 상인의 아들로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이스라엘, 이란, 이탈리아에서 보낸 뒤 1962년부터 20년간 밀라노에서 살다가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경제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경제학은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일뿐 아니라, 세계를 좀더 좋게 바꾸는 도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는 그후 예루살렘의 히브류대학과 밀라노대학을 거쳐 하버드대학에서 국제경제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때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승이 지금은 콜럼비아대학에 재직중인 제프리 삭스 교수였다. 삭스교수는 세계빈민과 빈국들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미국내 대표적 지성중 한명이다. 삭스교수는 루비니에게 "경제적 정의"의 중요성을 심어주며, "상아탑에 머물지 말고 세상에 직접 뛰어들라"고 가르쳤다.
그후 루비니는 삭스교수의 가르침에 따라 1990년대 예일대학교수를 지내면서, IMF, 세계은행, 미연준, 이스라엘 중앙은행 등에서 근무하고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자문위원 등을 지내는 등 현실세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는 특히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컸으며, 2001년에는 국가파산한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현장에서 생생히 체험하며 머지않아, 미국도 금융자본주의의 희생물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
루비니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20년간 신흥시장을 연구하면서 신흥시장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사인을 미국에서도 발견했다"며 "그것은 거대한 신용버블이었다"고 밝혔다.
루비니는 아직도 한국에 대해 위기에 직면한 신흥국 15개국중 하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한국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극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루비니의 위기론에 공감한 것인가. 한국은 분명 지금 경제비상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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