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공포, 정말 무시무시할 것"
<분석> BNP파리바의 "한국 -4.5%" 쇼크, 국가비상상황
"지금 아무리 수출이 막힌다, 성장이 안된다 이래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하반기에 불어닥칠 수요 문제다. 수요가 더 이상 없으면 큰 기업들도 죽을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침몰하는 거다. 이거 예상하기도 힘든 상황이 될 거다. 정말 큰 일이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대표적 경제통인 모 중진의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위기감어린 말이다.
"한국 -4.5% 성장할 것", 외국계들의 충격적 '한국 보고서'
국내의 모든 관심이 '용산 참사'로 쏠린 22일, 외국 증권사들이 충격적인 한국 리포트를 잇따라 발표했다.
이날 오전, 미국의 모건스탠리가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8%로 대폭 낮췄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이 둔화하고 있고 실업률이 경제지표가 함축하는 수준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하향이유였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당초 전망치 7.5%에서 5.5%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중국 잠재성장률 8.5%에 크게 밑도는 수치로, 중국이 이처럼 경착륙할 경우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한국경제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이었다.
앞서 UBS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3%, 피치는 -2.4%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특히 피치는 한국이 올해 아시아에서 일본, 대만 등보다 심한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후, 더 충격적 전망을 프랑스의 BNP파리바가 내놨다.
BNP파리바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4.5%로 또 낮췄다. 기존에 나온 국내외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BNP파리바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대중국수출이 30%대나 격감하면서 전분기 대비 -5.6% 급감한 대목을 지적하며 "한국은 올 1분기에도 추가적인 경기 하강은 불가피해 보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경기 하강은 자칫 2분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에 가공스런 경기 수직추락이 계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다.
이처럼 외국계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기류가 급속확산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KDI는 0.7% 성장을 전망했으나, 시장 분위기는 "KDI가 0%대로 잡을 정도면 올해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자신없어 하던데 큰일이다"
<블룸버그>의 아시아담당 칼럼리스트 윌리엄 패섹은 20일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쓴 칼럼에서 "G7은 과거 얘기다. G2가 오늘이고 내일"이라고 단언했다. 연간 GDP가 14조달러인 미국과 3조3천억달러인 중국이 갈등을 접고 연대할 수 있느냐 없느냐, 즉 '17조달러 연대전선' 구축 여부에 세계경제의 사활이 달렸다는 주장이었다.
<블룸버그>는 더 나아가 "차메리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차이나'와 '아메리카'의 합성어로 양국의 협력 여부가 세계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란 의미다.
이처럼 지금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차대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국, 미국이 가장 제1, 제2 수출시장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한때 박현주 미래에셋회장 등은 '디커플링(탈동조화)론'을 주장하며 미국이 휘청대도 중국은 끄덕없을 것이라 주장했으나, 이는 이미 단견임이 입증된 바 있다. 미국이 휘청대면 중국도 휘청대고 한국은 밑둥채 흔들리는 구조인 것이다.
얼마 전, 중국 경제고위관계자들과 접촉했던 당국 관계자는 "만나보니 중국이 자신없어 하는 것 같더라. 이런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중국마저 경착륙하면 우리는 정말 큰일인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이럴 때가 아니다
상황이 이처럼 삼엄하게 돌아가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용산 참사, 북한의 무력대응 선언, 쟁점법안 갈등 등으로 골병이 들고 있다.
정말 이럴 때가 아니다. 대통령은 비경제적 갈등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접을 것은 접어야 한다. 그후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도 앞서 한나라당 의원 표현대로 "정말 무시무시한 실물경제 공포"가 도래할 것이다. 공포와 고통의 시절, 즉 '공황적 상황'이 바짝 다가온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작금의 지지율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도래한 공황적 위기에서 한국경제를 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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