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1일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불출석해 시작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야당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아닌 어청수 경찰청장과 최성룡 소방방재청장 등만이 참석했다.

경찰특공대 투입을 최종 승인한 김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한나라당이 전날부터 출석에 난색을 표함에 따라 어느 정도 예고됐으나, 원 장관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예상밖이어서 야당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정창섭 행안부 차관은 원 장관의 불출석 이유에 대해 “종교기관 방문 약속이 있어 불출석이 불가피했다"며 "조진형 행안위원장에게 사전에 전화로 양해를 구했고, 승낙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용산 참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는데 특공대 투입을 직접 승인한 당사자인 김 청장이 불출석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증인채택 절차를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의에 나오라는 것은 국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맞섰다.

조진형 행안위원장은 이에 “김 청장의 출석 요구는 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의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등 절차상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조 위원장은 그러나 “증인출석 요구는 7일전에 통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진출석을 유도해 보겠다”고만 말해, 김 청장이 이날 오후 출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정신 못 차리는 이들의 행태를 언제까지 참고 바라봐야하나”라며 “국민이 받아야 하는 고통과 절망의 끝은 어디라는 말인가. 이런 참사를 저질러놓고도 오늘 행안위에서 보인 정부여당의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포한 조 위원장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행안위 전체회의는 국민들의 요구”라며 “회의를 열고 싶으면 열고, 닫고 싶으면 닫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김희철 의원는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포한 조 위원장도 문제가 있다”고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