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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금감위.감사원, 경제 모르면서도 아는 척"

김병주 교수, 경제부처의 '무지' 신랄히 비판

한국경제교육학회장, 한국경제학회장,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경제학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김병주(67) 서강대 명예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감사원 등 정부부처에 대해 "금융시장에 대해 모르면서도 가장 아는 척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근 시장경제와 정부정책의 조화를 추구하고 경제성장 엔진을 재점화하겠다는 목표로 최근 서강대에 시장경제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활동을 재개한 서강학파의 핵심 이론가인 김교수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무지가 심각하다"며 작심한 듯 경제부처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창의력과 비전을 가진 정부와 시장의 역할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시장에 대해 모르면서 아는 척, 책임도 안진다"

김 교수는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원장 정진승)이 서울 종로구 순화동 삼성연수소에서 개최한 포럼 ‘한국경제 어디로 가나’에서 “최근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은 안정성과 효율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감독당국, 감사원, 검찰, 정치권 등이 제대로 모르면서 시장을 좌지우지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김홍국 기자


김 교수는 이날 포럼 강연에서 “금융시장에는 음과 양, 즉 안정성과 효율성이 조화를 이루는 음양론이 적용되는데 과거에는 안정성을 강조하다보니 금융사고는 나지않았으나 효율성이 부족했다”며 “이제는 효율성을 위한 경쟁에만 집중함에 따라 승자와 패자 간 다툼이 격렬해지면서 시장이 교란되는 혼란이 커지는데, 특히 규제와 감독을 담당해야할 금융감독 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과거 외환위기 발생과 같은 사고가 잇따라 나타나는 등 우리 경제에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금융시장에서 외국계는 시장을 잘 알고 경험이 많기 때문에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우리는 뒤떨어진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론스타 펀드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을 놓고 말이 많고, 또 감사원과 모피아가 다 해먹는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금융시장의 이같은 효율성이라는 성격에 대해 감독당국이 규제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외국계와 똑같은 경쟁을 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국민들 뿐 아니라 정부당국과 금융회사 등이 서로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며 “그래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서로를 비난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 새 상품 만들면 모르면서도 불러다 야단만 친다"

김 교수는 “문제는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시장관계자가 지식과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그 다음으로는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시장을 잘 안다”면서 “반면 감독당국은 금융시장에 대해 1년 내지 2년 정도 뒤처져있어 시장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외국계나 일선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면 불려가서 혼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외국계는 모두 운영하는 금융상품인데도 우리 금융회사들이 이를 도입하거나 벤치마킹하려고 하면 당국이 불러서 혼을 낸다”며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모르는 곳이 감사원이지만 감사원이 제일 아는 척한다”고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뿐 아니라 최근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관련 조사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교수는 또 “검찰 또한 비슷하며 그중에서도 국회의원은 더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동안 국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청문회를 여러 번 봤는데 (정치인들이) 뭘좀 알고 해야 하는데 전혀 모른다”며 검찰과 정치권의 금융 및 경제에 대한 무지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 국부유출 문제를 예로 들고 “최근 국민들 사이에 국부유출 논란이 커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공무원들은 대부분 나중에 감사원, 검찰 등에 끌려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일을 안하려고 한다”고 최근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검찰과 감사원의 조치를 비판했다.

"경제부처 뿐 아니라 감사원, 검찰, 국회 등도 전혀 모르면서 권위만 챙겨"

김 교수는 외환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매각과 관련, “과연 누구에게 부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팔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보면 외국계 펀드에 넘기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외국계에 매각하면 가장 안전한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데 국내기관에 팔면 게이트가 되고 스캔들로 비화되기 때문에 외국계에 대한 매각이 성행했고, 그래서 덕 본게 JP모간과 골드만삭스, 론스타와 같은 외국계”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누가 론스타에 우리 금융기관을 넘겨주고 싶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러나 마지막으로 외국계가 한다. 채권자가 자기 권한행사를 안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규제 권한행사 보류’ 현상이 한국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감독당국이 책임을 지지않기 위해 눈을 감아주는 현상은 사건이 터지면 눈감고 그러다 보면 사고가 없어진다는 사고에서 나오게 된다”고 최근 관료사회의 무사안일함을 꼬집었다.

그는 “지방의 경우 사고가 나면 일단 덮고 보고, 어쩔 수 없이 그런 뉴스가 나가면 좋은 뉴스에 섞어서 중화시킨다”며 “그 다음에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데 이는 어떤 행동이나 정책 시행에 나설 경우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일을 미루는 것”이라며 최근 관료사회가 그런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카드문제의 경우 악화된 상황에서 회사를 매각하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미루고나면 그 사람은 직책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맡게된다”며 “그러면 뜨거운 감자를 서로 돌리면서 미루는 것이 되는 셈이며, 이렇게 ‘섞고, 덮고, 미루고’ 하는 세 가지 ‘고(Go)’를 하면서 ‘쓰리고(Three Goes)’를 하다보면 경제는 엉망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다 밀린 사람들이 문제가 된 것이 이번에 론스타 사건에 걸린 사람들”이라며 “무슨 애국자라고 하다가 걸리는가. 그래서 자신이 일을 처리하지 않고 후임자에게 미루고 갔을 것인데 그렇게 하다보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실제로 금융시장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지못한 관료들이 책임감마저 상실하면서 현재 경제의 위기상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이미 쓸모없는 지식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각자가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배운 기본기를 곧이곧대로 적용하지 말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이를 조직에 불어넣어야 우리 경제의 블루오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최근 정부의 일련의 과거 진상 규명작업과 관련, “과거사를 밝힌다고 하는 데 그렇게 하다보니 우리 한국의 개혁이 지금 뒤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모두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상상력과 비전, 창의력을 갖고 시장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야"

김 교수는 포럼 강연 후 <뷰스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과 어두운 경제전망의 터널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비전을 가져야하는데 현재 한국경제는 그런 능력이 없다”며 “그래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각 주체들이 경제에 대해 좀더 근본적으로 보는 한편 시장에 대해 더 진지한 접근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놓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데 문제는 미국과 같은 나라와 하는 국가간 협상은 어차피 협상의 수순이 정해져 있다”며 “도리어 국내에서 과도하게 엇갈리는 시각과 이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더 문제인 것 같다”고 현재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비쳤다.

김 교수는 “서강학파는 ‘시장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시장 메커니즘을 살려서 하는 것이 경제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제관을 갖고 있고 향후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이같은 경제철학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며 “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모두들 쓴 소리와 충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서강학파가 분주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초대 한국경제교육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국내 경제학계의 "거목"으로 활동해오다가 지난 2004년 서강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서강대 명예교수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후학 양성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을 담당하는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신한지주의 과도기를 이끄는 등 한국 금융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로 분류되는 김 교수는 1986년부터 4년8개월동안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했고, 1997년에는 금융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외환위기 극복의 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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