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미국의 '독도 분쟁화'에 격노
靑 3차례 대책회의, 외교수석-대변인 휴가 취소도
청와대는 이날 오전 관계 수석 및 비서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연 데 이어 오후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수석회의를 열어 독도 대책을 숙의하는 등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심야에도 또 한 차례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하루에만 총 3차례나 대책회의를 가진 셈이다.
당초 이날 여름 휴가를 떠나려 했던 김성환 외교안보수석과 이동관 대변인은 휴가를 취소한 채 회의에 참석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청와대를 방문해 참모들에게 독도 관련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이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독도 문제에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적 대응 논란까지 겹쳐 상황이 간단치 않게 돼 휴가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긴급회의 등을 통해 미측에 지명표기 정정을 요청하고, 정부의 공식적인 노력과 별개로 민간 차원의 외교 노력을 배가하는 방안 등 관련 대책을 집중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처럼 긴밀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독도가 갖는 정치적 휘발성 때문이다. 독도는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로, 초기에 미흡하게 대처했다가는 자칫 `쇠고기 파동'을 능가하는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일본의 중등교과서 해설서 독도 영유권 명기 강행으로 안 그래도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터라 이번 사건을 잘못 다루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실제 민주당 등 야당에선 이미 새 정부의 외교난맥상을 성토하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의 무원칙한 `실용외교'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방 모처에서 휴가중인 이 대통령도 독도 문제를 보고 받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이 대통령이 불과 얼마전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각국 의회 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등 후속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는 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그런 차원에서 격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일각에서 외교 당국, 특히 최일선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1차적으로 독도 문제를 계속 예의주시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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