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키려 '금강산 피살' 문구 삭제?
'ARF 수정본' 파문, 야당들 "굴욕외교에 이어 망신외교"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의장성명 채택 하루만인 25일 `수정본'을 각국에 회람시켰다. 문제의 '수정본'은 앞서 성명에 포함돼 있던 "참가국 장관들은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이 사건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대했다"는 금강산 피살 관련 문구와, "장관들은 회담에서 작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10.4선언을 주목한다.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의 지속적인 발전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10.4 공동선언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외교무대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수정본' 배포는 의장성명 배포후 이명박 정부 외교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이용준 외교차관보가 25일 오전 싱가포르 외교차관을 만나 10.4선언 관련 문구를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싱가포르측이 불쾌감을 나타내며 10.4선언 관련 문구만 뺄 수는 없다며 금강산 피살 문구도 함께 삭제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금강산 피살 사건을 부각시켰다고 자랑하던 외교부가 남북외교 대결에서 참패했다는 국내 비판여론이 일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10.4선언 이행 촉구 문구를 빼기 위해 금강산 피살 사건도 빼는 데 동의한 모양새다.
외교부는 '금강산 피격' 문구도 함께 삭제된 데 대해 "충분한 효과를 봤다는 판단 아래 두 문구를 함께 빼기로 합의했다"고 해명했으나, 야당들은 "외교 대망신"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10.4 선언을 지지하는 내용을 빼기 위해 금강산 피격사건의 진상파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포기했다"면서 "굴욕외교에 이은 망신외교"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부는 금강산 사건 규명보다 10.4선언이 더 싫은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번 결정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금강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국제공조 카드를 꺼내들고 총력적인 외교전을 펼치다가 망신만 당했다"며 "비전도 전략도 없는 외교력 한계가 빚은 참사"라고 혹평했다. 그는 "정부의 외교전은 실익이나 실용은 커녕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도 못한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다"면서 "외교안보라인은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퇴하라"고 유명환 외교장관 등의 경질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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