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이 '전차군단' 독일을 꺾고 44년만에 유럽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은 3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결승에서 전반 33분 간판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독일에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자국에서 개최된 1964년 대회 이후 44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유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스페인의 이번 우승은 1964년 유로 대회 이후 처음으로 거둔 메이저 대회에서의 우승이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최다 득점자인 다비드 비야가 결장한 가운데 토레스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워 독일의 골문을 공략했고, 독일은 출장이 불투명했던 미하엘 발락을 출전시켜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반전 초반에는 두 팀 모두 몸이 덜 풀린듯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나 전반 10분여가 지나면서 스페인이 서서히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전반 14분 이니에스타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가운데로 찔러준 볼이 상대 수비수 크리스토프 메첼더의 발에 맞고 굴절돼 자책골이 될 뻔했지만 골키퍼 옌스 레만의 선방에 막힌데 이어 전반 23분에는 라모스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토레스가 골 지역 왼쪽에서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었다.

토레스의 헤딩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스페인에게 '골대 징크스'의 불안감이 엄습하려는 순간 토레스가 이날 경기의 선제골이자 스페인의 우승을 확정짓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반 33분 사비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상대 일자 수비를 무너뜨리는 송곳같은 패스를 연결했고, 그 순간 토레스가 독일 수비수 필리프 람과 몸싸움을 벌이며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 달려 나온 골키퍼 레만을 보고 오른발로 살짝 공을 찍어찼다. 토레스의 발 끝을 떠난 공은 슬라이딩하던 레만을 넘어 독일 골문 왼쪽으로 굴러 들어가 골망을 흔들었다.

기대하던 토레스로부터 선제골을 얻은 스페인은 이후에도 '지키는 축구' 대신 더 많은 골을 넣어 완전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았고, 후반 22분 라모스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골키퍼 레만의 선방에 막힌데 이어 23분 이니에스타의 오른발슛이 골문 앞에 서 있던 토르스텐 프링스의 다리에 맞고 나오는 등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범 만들어 냈지만 추가골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독일은 후반 15분 발락이 스페인 아크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슛이 골대를 살짝 빗겨간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스페인의 견고한 수비진에 철저히 봉쇄됐다.

결국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과 함께 1-0 스페인의 승리가 확정됐고, 스페인은 44년동안 이어져오던 메이저대회 '무관(無冠)의 한'을 풀어냈다.

반면 유로 대회 최다 우승국(1972, 1980, 1996년) 독일은 스페인의 세련되고 정교한 축구에 무너지며 통산 네번째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