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부정의(不正義)를 상징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함께, 기본적인 사법 서비스에 있어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다시금 확인됐다.

단 한명의 변호사도 없는 시.군.구 무려 1백22개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로스쿨비대위, 위원장 이창수)가 23일 발표한 전국 변호사 수 실태조사 결과, 소위 ‘법조타운’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강남구 일대에 변호사들이 대거 몰려있는 반면 지방 시.군.구의 50%이상이 단 한명의 변호사도 존재하지 않는 ‘무변촌’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강남구 등 이른바 서울중앙지법 관내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7백16명으로, 인구 6백~7백명당 한 명 꼴로 변호사가 존재하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손색이 없는 수치였다. 반면 법조타운 이외의 지역은 인구 2만명 당 한 명 꼴로 변호사가 존재해 극심한 대조를 이뤘다.

변호사 분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지방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로스쿨비대위 조사결과 ‘변호사가 없는’ 이른바 ‘무변촌’에 해당하는 지역은 전체 2백34개 시.군.구 중 무려 1백22개(전체 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관할 지역인 전국 13개 지방법원이 존재하는 지방에서도 변호사 수는 전체의 10%인 6백34명에 불과해,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무려 2만5천6백4명에 달했다. 특히 전주지법 장흥지원의 경우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대위는 “이런 의미의 무변촌은 가장 좁은 의미의 무변촌으로서, 정식의 제1심 관할권을 가진 법원 관내에 변호사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형적인 송무 서비스마저도 변호사들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대위는 “변호사가 있다 해도 전주 남원지원처럼 변호사가 단 한 명에 불과한 곳도 있다”며 “쌍방대리 금지원칙에 비추어 보면 이런 지역도 좁은 의미의 무변촌으로 분류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변호사의 업무가 송무에 그치지 아니하고 일상적인 법적 문제에 대한 조언이나 분쟁의 비소송적 해결, 나아가 피의자의 인권보호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며 “지역에 관할 법원이 없기 때문에 변호사가 없다는 주장은 타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 수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수가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의미한다”며 “최근 매년 1천명씩 사법시험 합격자를 내고 있으나 이는 송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부족한 수준이며 기타 인권보호서비스를 비롯한 일상적인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호사 수의 증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단순히 변호사 숫자만 늘릴 경우 변호사 편중 현상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무변촌 지역으로의 변호사 배정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2004년 11월 현재 우리나라의 개업 변호사 수는 6천2백96명으로 1인당 변호사 수는 무려 7천5백61명당 한 명 꼴로 선진국의 10배에 달하고 있다.

반면 미국.영국.독일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3백~7백명 수준. 프랑스는 인구 1천8백명당 한 명 꼴로 변호사가 존재하고 있다. 특위 소송제기율이 우리의 1/5에 불과한 일본조차도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6천7백명 정도로 우리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