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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게 해 준 선수들이 고맙다”

<현장> 시민들 깔끔한 피날레, 패전에도 깨끗히 거리청소

축제는 끝났다. 월드컵 조별 예선 두 경기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1승 1무를 기록했던 우리 대표팀에게 스위스전은 마지막 경기가 됐다.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에 무너진 우리 대표팀에게 시민들은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줬고 스스로도 질서정연한 응원과 깔끔한 뒷마무리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주말을 맞아 전국은 붉은 물결로 가득했다. 때 이른 장마소식과 함께 토고, 프랑스전보다 다소 적은 인원을 예상했지만 이날도 전국 1백3개 지역에서 1백만명의 국민들이 밤을 하얗게 새며 거리응원에 나섰다.

거리마다 붉은 물결 "아쉬웠지만 잘 싸웠다"

매 게임마다 세계 언론의 치열한 보도경쟁이 벌어졌던 광화문 일대에 모인 인원은 서울광장 13만명, 세종로 19만명 등 총 52만명으로 집계됐다.

스위스전이 열린 24일 새벽 광화문 일대는 52만명의 인파가 몰렸다.ⓒ최병성


서울 광화문 사거리는 지난 2차전과 마찬가지로 차량 소통이 전면 통제됐고 거리응원 인파는 광화문 일대 8차선 대부분을 가득 메운 채 8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전했다.

오후 1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인파는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인 오후 7시를 넘어 급격히 불어나 경기 시작 직전인 새벽 3시부터는 관객들의 이동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날도 역시 지난번 토고전, 프랑스전과 마찬가지로 시작은 좋지 않았다.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던 우리 대표팀이 전반 23분 스위스 장신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매 경기 막판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던 우리 대표팀에게 거는 기대는 다시 응원열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동점을 엮어내려는 우리팀의 파상공세가 이어지자 시민들의 응원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당장이라도 동점골이 터질 듯한 우리 대표팀의 파상공세는 시민들의 눈을 전광판에 꽁꽁 묶어 놨다. 응원구호는 하나로 통일됐고 걸어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전광판을 주시했다.

하지만 후반 32분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의 두 번째 골이 인정되자 응원 열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여기저기서 “심판의 오심”이라며 울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심판이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응원단은 선수들의 선전을 칭찬하며 멋진 피날레 정신을 보여줬다. ⓒ최병성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16강행이 좌절되자 젊은이 등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내 대부분의 시민들은 거리 곳곳에서 응원가와 구호를 외치며 축제의 마지막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부천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 김형석씨(21)는 "경기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우리팀의 끈기와 투혼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잠시동안이지만 월드컵 기간 동안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깔끔한 뒷마무리" 시민의식 돋보여

이날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후 거리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인도를 이용해 신속하게 귀가하는 모습을 보여 지난 두 차례의 거리응원보다 한층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시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머물던 자리에 쓰레기를 직접 치워갔고 쓰레기가 가장 오래 방치되어왔던 지하철 역사안은 일부 붉은 악마들이 한 시간 넘게 쓰레기를 치워 말끔한 모습이었다. 16강 진출에 좌절할 경우 응원단이 불만을 토로하며 쓰레기 등을 방치하지 않을까 하던 일각의 우려를 '기우'로 만든 붉은 악마다운 모습이었다.

지난 두 차례의 거리응원이 벌어진 직후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돌변했던 광화문이 이날만큼은 거리응원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일상적인 풍경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2002년을 연상케 하는 멋진 피날레였다. 우리의 시민정신은 건강히 살아 있었다.

지난 두 차례의 거리응원에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던 광화문이 이날만큼은 말끔한 모습이었다.ⓒ최병성


광화문 지하철역사에서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고 있는 시민들.ⓒ최병성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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