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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 이운재 “스위스 응원단도 우리 편” 조크

기자회견에서의 재치 있는 답변에 취재진 ‘폭소’

토크쇼 진행자들에게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게스트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 등 짧은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상투적인 대답을 하는 게스트가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태극전사들 가운데 이런 ‘재미없는 게스트’의 공식에 가장 충실한 선수 중 한 명이 대표팀주장인 골키퍼 이운재다.

물론 우리나라의 운동선수들이 대부분 언론과의 인터뷰나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할 경우 매끄러운 말솜씨나 재치를 과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들어 이천수, 박지성같은 선수들이 인터뷰나 CF를 통해 톡톡 튀는 개성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운동선수들에게 개성있는 자기표현을 기대하기란 참 어려웠다.

그러나 어찌 보면 투박하고 재미없는 이들 운동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진솔한 그들의 말속에 간간이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표현들이 섞여 나오며 활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20일 독일 레버쿠젠의 대표팀 훈련장에서 취재진 앞에 선 이운재가 모처럼 만에 기자들을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가벼운 몸풀기와 족구로 훈련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 응한 이운재는 인터뷰 초반 스위스 팀과의 경기를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스위스팀이 세계적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는 다소 모법답안형(?)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오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와의 경기로 A매치 100경기 출장기록인 센츄리 클럽에 가입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주장답게 “스위스전에 승리하지 못한다면 센츄리클럽 가입이 개인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스위스 응원단이 붉은 응원복을 입고 경기장을 찾아 일방적으로 스위스를 응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운재의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답변이 기자들을 웃겼다.

“우리 응원단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스위스 응원단도 붉은색 티셔츠를 입으면 우리로서는 스위스 응원단도 우리편으로 생각하고 경기할 수 있어 좋다. 스위스 응원단이 우리에게 어떤 야유를 보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선수들 대부분은 스위스말을 모른다.”

스위스 응원단의 야유까지도 우리팀에 대한 응원으로 생각하고 뛰겠다는 베테랑 선수로서의 여유를 보여준 멋진 답변이었다. 취재수첩을 들고 있던 기자들도, 카메라를 들고 있던 카메라맨들도 기분좋게 한바탕 웃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운재 ⓒ뷰스앤뉴스
레버쿠젠=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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