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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의 저주' 시작됐나. 아시아증시 폭락

일본 9.11테러후 최대폭락, 인도 외환위기설, 한국 1천2백 붕괴위기

미국 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미국발 세계불황' 위기감이 아시아전역을 강타하는 양상이다.

일본주가 9.11사태후 최대폭락, 인도도 휘청

13일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4.14%(614.41포인트) 폭락한 14,218.60으로 마감했다. 이날 닛케이지수 하락률은 지난 2004년 5월10일 이후 최대이며, 지수 하락 폭은 9.11테러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의 682.85포인트 이후 최대다.

개별종목 중에는 일본최대기업인 도요다가 4.2%, 혼다 4.13%나 폭락했고 캐논도 3.78% 하락하는 등 수출 관련주들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이날 일본증시 폭락은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데다가, 일본중앙은행 총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무라카미 펀드에 1천만엔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폭됐다. 여기에 인도의 주가폭락도 투자심리 냉각에 일조했다.

인도의 센섹스 30 지수는 일본보다 더 낙폭이 커 4.39%나 급락하면서 90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국제 금융계 일각에서는 미국발 세계경제 침체가 심화될 경우 인도가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날보다 1.64%(105.69P) 하락한 6,337.21로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4시 현재 2.32%(362.10) 하락한 15,259.34를 기록중이다. 같은 시각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타임스(ST) 지수는 2.32% 떨어진 2284.16을 나타냈으며,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상승세였던 중국 상하이와 선전 종합주가 지수도 각각 0.64%, 0.18% 하락하고 있다.

한국증시도 1200 붕괴 위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스피지수가 13일 급기야 1200선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98포인트(2.90%) 하락한 1203.86으로 마쳐, 작년 11월1일(1,188.95) 이후 약 7개월 보름간 한 번도 1200선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던 코스피지수가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단기적으로 최대 1100선까지 하락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들은 순매도로 일관해,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4월25일 이후 무려 6조4천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는 외국인 전체 주식 보유액(2백50조원) 대비 2.5% 정도에 불과하나 순매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주가의 추가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끝없는 주가폭락에 투자가들이 망연자실해 하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시아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금 이탈 조짐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적신호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 아시아의 브라이언 베이커 대표는 12일 홍콩에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채권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과도하게 올릴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최근 몇년간 아시아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이 전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커는 핌코의 이머징마켓(일본 제외) 채권 규모는 3백50억달러로, 이중 한국 채권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자금이탈시 한국이 받을 타격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한국은행과 인도 중앙은행이 예상외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채권은 4주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이밖에 필리핀 등 대다수 아시아국가들이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으며, 현재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도 7월에는 금리를 올려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미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외 금리차 해소를 위해 또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9.11의 저주 시작됐나

이날 도쿄증시가 9.11사태때만큼 폭락했다는 사실은 미국발 경제불황에 대한 위기감이 얼마나 큰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일본은 아시아국가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보여온 국가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폭락의 근원을 다름아닌 9.11 사태에서 찾고 있다.

이 관계자는 "2001년 발발한 9.11테러는 단순히 미국의 쌍둥이 금융센터를 부순 게 아니라, 전세계적인 금리인하를 초래함으로써 유동산 거품을 만들어냈고 결국 5년 뒤 이제 와서 세계경제 시스템을 위기에 몰아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9.11사태후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연준의장이 너무 과도하게 금리를 낮췄다"며 "콜금리를 2%까지 낮출 줄 알았으나 그린스펀은 1%까지 낮추었고, 결국 한국 등 모든 나라가 그 뒤를 따르면서 유동성이 과잉공급돼 전세계적 규모의 부동산-주식-원자재 거품 등 자산거품을 초래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제 미국도 더이상 인플레 압력을 견디지 못해 계속해 금리인상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유동성 장세도 확실히 끝나가고 있다"며 "과잉 유동성이 초래한 부동산 등의 자산거품이 터질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경제는 상당 기간 거품파열의 혹독한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알 카에다가 의도했던 9.11 테러의 궁극적 목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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