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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태도 바꿔 박근혜 '대선주자' 인정

"박대표 확실한 지도자 길 들어서", 극우진영 '신당 전략 수정'?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일관되게 비판하고 이명박 서울시장을 높게 평가해온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최초로 박대표에 대해 "박대표의 침착한 위기대처 능력(또는 본능)은 그를 지도자의 길로 확실하게 내몬 것 같다"며 박 전대표를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평가해, 이명박 중심의 신당 창당을 도모해온 극우진영내 기류가 바뀌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조갑제 "공인은 위기때 정치적 운명 결정돼"

조 전대표는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초인(超人)의 딸 박근혜의 초인적 행동 비밀'이라는 글을 통해 "요사이 시중의 한 화제는 박근혜 대표가 범인 지충호로부터 목덜미에 칼질을 당했을 때 어떻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서, 찡그리지도 않고서,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했나 하는 것"이라며 "손톱에 긁혀도 본능적으로 소리를 치는데 커트 칼로써 치명적일 수도 있었던 상처를 입었는데도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침착할 수가 있을까, 더구나 가녀린 여성으로서...'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내가 박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취재했을 때도 같은 의문이 들었었다"며 "김재규가 쏜 권총으로 가슴관통상을 당해 등에서 피가 샘솟듯하는데도 박대통령은 피하지도 않고 소리도 치지 않고 '난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곁에 있던 두 여자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박대통령의 초인적 자세는 준비된 몸짓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며 "박대통령은 1974년 8.15 사건 때도 그런 자세를 보였다. 그 전에도 위기에 처했을 때 침착하게 대응했던 일화가 많다. 그런 평소 실력대로 마지막 모습을 보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박대통령을 소심담대(小心膽大)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평소엔 부끄럼도 타고 소심하면서도 일단 일이 터지면 대담한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아버지의 유전인자를 받은 박대표가 위기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번에 드러난 박대표의 침착한 위기대처 능력(또는 본능)은 그를 지도자의 길로 확실하게 내몬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텔레비전 카메라에 늘 노출되는 공인(公人)은 위기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에 의해서 정치적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며 "미국의 한 유력정치인은 우는 모습을 보였다가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에서 탈락했다. 상원의원 에드워드 케네디는 여자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차가 호수에 빠졌을 때 혼자서 살아 나왔다고 해서 결국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못했다"고 덧붙여, 박대표가 확실한 대선주자가 됐음을 인정했다.

이례적으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지도자로 인정해 극우진영내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연합뉴스


5.31전에는 "대권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하라" 압박도

조 전대표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5.31선거 전의 태도와 비교할 때 1백80도 바뀐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테러 당시 박대표의 대응 태도를 보고 평가가 바뀐 것이라고 단순히 볼 수도 있으나, 그동안 박대표에 대한 조 전대표의 비판은 상당히 '정치적 복선'을 깐 것으로 해석돼 왔기 때문이다.

한 예로 조 전대표는 지난 4월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박근혜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와야 산다'를 통해 “열린당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여 패션 쇼 같은 선거운동을 시작하자 한나라당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대응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박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한나라당에서 (6.29선언 당시의) 노태우 역할을 할 사람은 박근혜 대표뿐으로 박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여 강금실 후보와 여성대결을 벌일 경우 이는 승부 그 자체만으로서도 희대의 볼거리가 될 것”이라며 “여성스러움에서나, 품격에서나, 경륜에서 박대표가 밀릴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서울시정 경험은 박대표의 큰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며 그 뒤 박대표는 대한민국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4년 뒤, 5년 뒤의 박대표 나이를 생각해보아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는 안전한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근혜 대표가 불확실한 대통령 후보의 꿈에 매달리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열린당에 잃게 되면 당내 리더십은 결정적으로 약화될 것이고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협박성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당시 이런 주장을 접한 정가에서는 "조 전대표가 이명박 시장의 대통령 당선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이 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주장을 편 게 아니겠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기도 했었다.

극우진영 '집권전략 수정'인가

조 전대표는 그동안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노골적 지지입장을 밝히며 30%의 골수우파를 결집해 '골수우파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이명박 시장이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선에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전주필도 최근 여러 차례 신당 창당을 주장하며 조 전대표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 등 조 전대표와 함께 행동해온 인사들이 "한나라당 분당은 자살행위"라며 신당 창당에 제동을 걸고, 이명박 서울시장도 최근 '경선 승복'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5.31선거 압승으로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등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최근 메이저 보수신문들 사이에서도 박대표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종전의 상황판단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조 전대표 등 극우보수진영이 신당 창당 구상을 접고 박근혜 대표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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