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국민 이해 못해도 주춤거려선 안돼"
"추진하다 보면 이해", 비판여론 증가에 '대운하' 강행 천명
이명박 "국민 이해 못해도 주춤거릴 필요 없어"
이명박 당선인은 16일 오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서 "잘 만들어진 정책을 펴는데 비판이 있다고 주춤하면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다"며 "우리는 전문가들이 모였는데 미래지향적으로 정책을 검토해 만들어 나가면 '전봇대를 뽑자'고 했을 때처럼 타이밍이 맞게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복잡한 얘기를 하면 당장 지지를 못 받을 수 있는데 주춤하면 일도 제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이어 "미래를 지향한 정책을 펴다보면 국민의 이해를 받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주춤거릴 필요는 없다. 추진하다 때가 되면 이해를 받을 수 있다"고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 때 지지를 못 받아도 추진하다 보면 국민들이 '그게 바로 그거였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며 "인기영합적 정책을 편다면 대한민국을 선진화시킬 수 없다"며 거듭 강행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과거 산업화시대, 이병철씨가 일본에 다니면서 반도체 얘기를 했는데, 자동차 이런 것은 이해가 됐지만 반도체가 뭘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이해를 구하지 못했지만 일찍 시작했고, 그래서 반도체 국가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구체적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바로 이 시점에서 절대적 지지를 못 받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 옳다면 그게 아니겠나"라며 "그것이 바로 국가가 해야 할, 새로운 정권이 지향하는 선진사회, 일류국가 이런 것을 만드는 게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미래학자들이 '지구 온난화가 오면서 재해가 많아지고, 재해를 많이 당하는 국가는 쇠퇴할 것'이라고 했다"며 "저는 그걸 몇 년 전에 듣고 우리의 경우도 매년 태풍을 맞으면 1년에 10조원씩 예산이 들어가 새로운 일에 투자하는 게 없었다. 그걸 보고 불안감을 느껴 몇 년 전부터 얘기했는데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도 그런 차원에서 하는데, 이제 유엔 기후변화 특사(한승수 총리 내정자)가 왔으니까 말귀를 알아들을 것"이라고 덧붙여, 대운하 강행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
대운하 반대여론 확산에 비상
이 당선인의 발언은 국민여론을 수렴해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던 종전 발언과 비교할 때, 국민 다수가 반대하더라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돼 입장을 바꾼 배경이 주목된다.
이 당선인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최근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대운하 반대 여론이 급증하면서 찬성여론이 최저 20%대까지 급락하는 등, 여론동향이 심상치 않은 데 따른 위기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또한 MBC <PD수첩>의 독일 MB운하 현지취재후 대운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증하고, KBS <추적 60분>의 대운하 뱃길 현지취재도 동일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등, 대중적 영향력이 큰 방송사들이 잇따라 대운하 문제를 다루면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는 데에 대한 위기감의 표출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문제는 국민이 이해 못하더라도 대운하를 추진하고, 추진하다 보면 국민이 이해할 것이란 방식이 자칫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이 당선인이 대운하 문제에 정면 대응 입장을 밝힘으로써 대운하가 4월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되면서 한나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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