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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방식 복잡해 그냥 정당 보고 찍어"

<현장> "자식 속도 모르는데 정치인 속을 누가 알겠냐"

5.31 지방선거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투표현장에서는 새로운 투표방식에 대한 혼란이 거듭됐다. 또한 막상 투표를 하면서도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방식 복잡해 그냥 정당 보고 찍었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1동 말일성도교회 2층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 들른 중장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구의원 투표용지에 기호순번과 함께 (가), (나) 번호까지 있는 것을 보고, 이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또 유권자들은 총 6장에 이르는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하는 데에 대해서도 상당한 혼란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또한 이번 투표부터 새롭게 도입된 인주가 내장된 기표막대도 낯설다는 반응이 많아 미리 준비한 시험대에서 미리 찍어보는 유권자들이 눈에 자주 띠었다.

이렇게 복잡한 투표방식 때문에 인물보다는 정당에 몰표를 주는 투표행위가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투표장에 들른 김경문(가명, 48)씨는 "투표하는 게 왜 이렇게 복잡하냐"며 "그냥 정당보고 모조리 다 찍었다"고 말했다. 이고흥(가명, 57)씨는 "구의원 투표용지에 2군데 찍었다"면서 "번호도 있고, (가), (나)도 있어 당연히 2명 찍으라는 얘긴줄 알았다"고 복잡한 투표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 영등포3동 영등포교회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김경희(가명, 53)씨는 "투표절차가 복잡해 안내원에게 물어 물어 했다"며 "또한 서울시장을 제외하곤 출마한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라선거구 보정4투표소와 마북6투표소가 설치된 구성초등학교 투표장. 광역비례투표가 추가돼 총 6번을 기표, 두 개의 투표함에 나눠 넣어야 하는 생경한 투표방식으로 인해 투표장 안에서는 간혹 노년층 투표인이 혼선을 빚는 장면도 연출됐다. 선관위원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1차투표함에만 기표용지를 넣거나 복수기표를 했다는 주민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종전 방식은 1인 5기표에 각각 5개의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는 방식이었다.

복잡한 투표방식 때문에 혼란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다. 31일 전남 여수시 주삼동 아주타운상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김대열(94)할아버지가 아들(57)의 도움을 받아 먼저 3장의 투표를 한 뒤 다음 기표를 위해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자식 속도 모르는데 정치인 속을 누가 알겠냐"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10동 투표소에서 만난 이순조(84) 할머니는 자유당 시절부터 빠짐없이 투표를 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후보를 고르는 기준을 "정치를 잘하는 분"이라면서도 "자식속도 모르는데 정치인 속을 누가 알겠느냐. 매번 실망한다"고 답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 임경억(43)씨는 "선거때 나오는 장애인 정책은 믿지를 않는다"며 "정치인들이 평소에 장애인 정책을 어떻게 펴나를 보지만 늘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미나(29) 씨는 "솔찍히 구의원 시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르겠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것 같아 젊은 층들이 투표를 않는다"며 "주변에는 이번에 6명을 뽑는지 4명을 뽑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라선거구 보정4투표소와 마북6투표소가 설치된 구성초등학교에서 만난 60대 시민은 "기초다 광역이다 해서 공보물이 수십장 왔는데 도통 당선되면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헷갈린다"며 "일단 잘 모르는 인물보다는 당을 보고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부암동 제 2투표소 세검정초등학교에서 만난 30대 후반 여성 유권자는 “6명을 뽑아야 되는데, 뽑아야 되는 사람 너무 많다. 홍보물을 보고 인물을 평가해야 되는데 그 짧은 정보로 어떻게 사람을 평가하는가"라며 "결국 당 중심으로 고르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할 생각 없었다. 그런데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이건 아니다 싶어 투표하기로 했다"며 "그렇다고 그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균형과 견제를 위해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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