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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법관 '5석'에 각계 70여명 추천

참여연대-법원노조 vs 변협-시변 '힘 겨루기'

오는 7월 10일로 6년 임기가 끝나는 강신욱.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 박재윤 등 5명의 대법관 후임 인사 선정을 위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 추천이 29일 마감됐다. 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모임(시변),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시민회의) 등 5개 단체에서 모두 46명의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들 단체이외의 공개되지 않은 대법관 후보자 추천서를 모두 합할 경우 98건(중복추천 포함)의 추천서가 대법원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 중복 추천된 인사는 대략 20명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번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7명 추천 “대법원 구성 다양화 절실”

지난 25일, 일찌감치 대법원에 대법관 후보자 7인을 추천한 참여연대는, 대법관 인선기준의 원칙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에 두었다. 보수와 진보가 대법원에 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비교적 참신하고 개혁적 인사, 특히 사시 20회 이하 법조인사들을 대거 추천했다.

우선 재야에서 조용환 변호사(사시 24회, 법무법인 지평), 재조법관 중에서는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14회), 여성 대법관으로 전수안 광주지법원장(18회), 유원규 법원도서관장(19회), 윤재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1회), 이인복 서울고법 부장판사(21회), 김상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26회) 등 재조법관 및 재야 변호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법원노조, 국민과 함께하는 대법관 추천 표방 ‘12명 추천’

아울러 법원노조는 국민과 함께하는 대법관 추천과 법원내부 개혁을 표방하며 시민사회단체 등과 공동으로 ‘대법관 후보자 범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해 12명의 인사를 추천했다.

법원노조가 지난 28일 추천한 12명 인사 중 9명이 법원 내부인사였다.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양동관 서울가정법원장(14회), 이우근 서울행정법원장(14회), 김관재 전주지법원장(17회), 손용근 춘천지법원장(17회), 차한성 청주지법원장(17회),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19회), 이인복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추천됐다.

법원 외부 인사로는 재야에서 서울고검 검사 출신의 채방은 변호사(12회)와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을 역임한 대북송금 특별검사 출신의 송두환 변호사(22회)가 추천됐으며, 학계에서는 양창수 서울대 법대교수(16회)가 추천됐다.

변협, 시변 등 보수단체에서도 대법관 후보자 추천, 그러나 ‘공개는 불가’

한편 변협과 시변 등 보수 법조단체에서는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내규에 따라 후보자는 추천하되,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내규는 ‘후보자 추천은 비공개 서면으로 해야하고, 후보자 추천시 추천자가 의도적으로 추천한 후보자를 공개하면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규정해 대법관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공표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 법원노조, 민변 등 진보 단체에서는 이 규정이 되레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한 대법관 인선을 가로막는다며 명단공개를 고수했고 대법원 역시 이를 크게 문제삼지는 않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변협과 시변 등 보수 법조단체에서는 사시 20회 이하는 추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참여연대나 법원노조 등이 법조개혁을 위해 사시 20회 이하의 참신한 개혁적 성향 인사들을 대거 추천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변협은 법원내부 서열과 조직안정을 기치로 법원장급 7명, 고법 부장판사급 4명, 변호사 3명, 교수 1명 등 모두 15명의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다.

변협보다 더 ‘우’쪽으로 쏠려있는 시변은 ‘코드, 보은인사 등 포퓰리즘을 지양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현직법관 3명, 검찰 출신 1명, 변호사 2명 등 6명을 천거했다. 특히 현직 변호사 2명 중 1명이 여성으로 알려져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추천 인사 누구?

공개 불가원칙을 내세운 변협과 시변을 제외한 참여연대와 법원노조 추천 인사를 중심으로 그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참여연대, 법원노조 공히 천거한 인물로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이인복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있다.

▲이홍훈 중앙지법원장(14회)= 법원 내부에서 개혁적 인물로 평가받으면서 재야가 추천하는 대법관 후보로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거론된 바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이제까지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법조 내 재야’로 통할만큼 개혁적 판결을 많이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건설사의 시공 잘못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일조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 판정을 내려 환경권 보호 가치를 중시한 판결,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현수막의 설치를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며 민주노총 간부가 춘천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판결 등은 그의 대표적인 개혁적 판결로 통한다. 또 2003년 고교 수험생들의 주요 인적사항을 담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법률상 적법행위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 제작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 역시 그의 개혁적 성향을 유감없이 표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수안 광주지법원장(18회)= 2004년 8월, 사상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김영란 현 대법관에 이어 또 한명의 여성대법관 탄생이 기대되는 인물이다. 전 법원장은 13명의 대법관 중 남녀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는 점 이외도 박창호 전 갑을그룹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위반 사건에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분식회계와 관련한 고법 첫 실형선고라는 선례를 남겼다. 이와 더불어 전 법원장은 김동일 (주)빌트로 대표의 특경가법 위반 사건, 김용산 극동건설 회장, 이희헌 남광토건 전 사장 등의 특경가법 위반 사건에 대해 감형없는 원심 선고형량을 유지하는 등 주로 기업범죄사건에 비교적 엄격한 판결로 유명하다.

▲이인복 서울고법 부장판사(21회)= 사법고시 21회 출신의 비교적 젊은 법조인사인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민사사건에 있어 비교적 일반 시민과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명판결을 다수 했다는 평을 듣는다.

교통사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합의금 상당의 보험금을 보험사가 가해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해놓고 피해자와 손배소송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루다가 사고일로부터 2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은 그의 대표적 민소판결.

법조계 인사 총망라

한편 이들이외도 법원 내부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인사로 김능환 울산지법원장(17회), 손용근 춘천지법원장(17회), 목영준 법원행정처 처장(19회), 유원규 법원도서관장(19회) 등이 유력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이제까지 대법원의 관행대로 검찰출신의 강신욱 현 대법관 몫으로 검찰출신 인사 몫으로 대법관 한 자리가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따라서 대선자금 스타검사 출신의 안대희 서울고검장(17회), 이종백 부산고검장(17회), 여기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민법분야의 대가인 양창수 서울대 법대교수(16회), 대법원 재판연구원을 지낸 윤진수 서울대 법대교수(18회), 민변 창립멤버인 조용환 변호사(24회) 등이 학계 몫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9일 마감된 대법관 제청후보자와 이 대법원장 자신이 직접 추천한 인사들을 바탕으로 새 달 5일에 신임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를 열어 5명을 최종 선정해 7~10일 사이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할 예정이다.

신임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에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천기흥 변협 회장, 송상현 서울대교수(자문위원장), 고현철 대법관,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제까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가 거부된 적은 한번도 없어 사실상 대법원장의 제청이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에게 임명제청된 신임 대법관 후보들은 새 달 말께부터 7월초까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6년임기의 대법관으로 임명되게 된다.

이번에 물러나는 강신욱,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 박재윤 대법관의 퇴임식과 신임 대법관의 취임식은 7월 10일 같은 날 함께 열린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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